▲ 자료: 고용노동부

올해 5월 기준 실업자는 127만8천명이다. 5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취업자수와 고용률은 석 달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취업은 줄고 실업은 늘면서 고용보험기금 운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럼에도 재정건전성을 우려하기보다는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시행을 위한 전면개편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은 예년과 비교해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1~5월 고용보험기금 지출액은 7조5천918억원이다. 지난해 지출액(13조9천515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하반기에도 긴급고용지원금 수요가 발생할 여지가 커 지출은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올해 고용보험재정 적자규모가 3조6천88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조877억원보다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그래프 참조>

코로나19 이전부터 고용보험 재정건전성은 좋지 않았다. 고용보험 재정건전성 기준은 적립금이다. 고용보험법에 따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 계정은 해당 연도 지출액의 1~1.5배를, 실업급여 계정은 1.5~2배를 적립해야 한다.

▲ 자료: 통계청

 


실업급여 계정 적립배율은 2009년부터 1.0배 밑으로 떨어져 2018년에는 0.7배에 그쳤다. 출산전후휴가급여·육아휴직급여 같은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정부지원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국회는 2001년 7월 본회의에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여성까지 출산전후휴가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일반회계와 건강보험 부담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2017년 9월 모성보호급여 대비 일반회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모성보호급여 지출 예산은 1조5천432억원이지만 일반회계는 1천800억원으로 11.7%다. 처음으로 10%대를 웃돌았지만 환노위가 의결한 30%를 한참 밑돈다.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하는 출산전후휴가급여처럼 목적에 맞지 않는 지출이 늘고,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고용보험 고갈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보수진영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로도 이용되고 있다.

▲ 자료: 통계청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회보장보험인 고용보험에 재정건전성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기상황에 아낌없이 쓰라고 만든 게 사회보험”이라며 “적립금 고갈이 우려돼 아껴 쓰자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하면 어차피 현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잣대도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특수고용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을 고용보험망에 끌어들이기 위해 소득 중심의 고용보험 개편을 주장한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는 소득을 기반으로 지금처럼 보험료를 납부하고, 기업은 법인의 순이익 등 이윤에 세율을 적용해 과세방식으로 걷는 새 제도를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고용보험 수입과 지출 체계 자체가 지금과 판이하게 달라진다. 적립금을 따져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코로나19로 확인된 것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고용보험 체계 확대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고, 그 이후 부담방식을 논의할 시점”이라며 “소득을 중심으로 한 고용보험 확대를 논의하면서 지금 체계의 재정건전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