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대면진료 확대 논란’ 토론회. <임세웅 기자>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원격의료가 정치적·산업적 이유로 추진되면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과 의료공공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17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대면진료 확대 논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치적 영역의 원격의료, 구체성 떨어져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원격의료는 보건의료측면에서 모델이 명료하지 않고, 경제측면에서도 모호하다”며 “원격의료는 정치의 영역에 있다”고 진단했다.

원격의료가 정치적인 일정 속에서 추진되다 보니 의료 질 향상에 미칠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원격의료는 의료이용자 편익이 커지는지 입증되지 않았고, 산업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정확히 어떤지 규정되지 않았다”며 “국가경제 당국이 끊임없이 성장을 위한 비전과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의료산업을 키우는 상징 정도로 원격의료가 이야기된다”고 비판했다.

의사 “만성질환자 늘어 비용도 증가”

의사들은 원격의료가 만성질환을 증가시켜 건강보험재정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정부는 고혈압·당뇨병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가 처음에만 병원을 방문하되 두세 번째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만 달라고 하도록 만들겠다는데, 어떻게든 병원으로 오게 해 관리를 잘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건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도 “상담·교육 같은 단계를 거쳐 처방전을 주는 이유는 환자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원격의료로 약만 처방하게 되면 만성질환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진료비 71조원 중 만성질환으로 지출되는 진료비는 전체 40%를 차지하는 31조원이다. 윤 교수는 “만성합병증과 중증합병증 환자가 전체 의료비용의 대다수를 쓴다”며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난자본주의 말고 재난민주주의 해야”

노조와 시민단체는 정부가 원격의료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해 국민 건강권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난 시기를 이유로 평소 하고 싶었던 정책을 추진하는 재난자본주의라고 비판했다.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계 진보와 보수가 모두 반대하는 의제인데 코로나19 시기를 이유로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인구 1천명당 간호사 수가 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2명)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에 병원 수익과 직결되는 병상수는 인구 1천명당 12.3개로 OECD 평균(4.7개)과 비교하면 2.6배 많다.

병상은 많고 간호사는 부족해 간호사 업무강도가 높은 상황에서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간호사 인력을 확충해 의료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이유다.

김철중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보건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재난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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