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밥 짓느라 거칠어진 저 손은 밥 버느라 휘고 군살 깊어 볼품없다. 비행기가 내리면 헐레벌떡 뛰어올라 기내식 음식쓰레기 자루를 단단히 묶고 들고 옮겼다. 화장실 오물을 치우고 쪼그려 앉아 구석진 곳을 닦느라 손이 내내 바빴다. 일손이 늘 부족했다. 밀려드는 비행기 스케줄 따라 일터는 도깨비시장이었고 전쟁통, 아수라장이었다고 손 임자가 전했다. 고래심줄만 살아남는 곳이라고도 했다. 노조하고 나서는 그래도 한여름 더위 속 에어컨이 나왔단다. 일하다 쓰러지지는 않겠구나 싶어 반겼다. 손 마디며 무릎 관절 여기저기가 자주 아파 회사, 병원, 집을 오갔다. 먹고살아야 했으니 참았다. 7년여 결근 조퇴 한 번 없이 꼬박 일했다. 그게 억울했다. 제 손으로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서에 서명할 수가 없었다. 잘렸다. 거기 번듯한 고층빌딩 앞에 볼썽사나웠을 한 평짜리 농성천막을 붙들고 지키느라 그 손에 반 코팅 장갑을 끼고 앉았다. 철거 계고장이 위기 속 해고 통보처럼 빨랐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곳 없다. 위기 앞에 먼저 잘려도 괜찮은 사람 없다. 같이 살자고 해고자들이 말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며 누군가 사 온 빵을 나눴다. 이따 또 싸우려거든 먹어 둬야 한다고 동료에게 김밥을 권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의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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