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독자 파견 형식으로 파병하기로 한 문재인 정부 결정으로 현지 교민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빗대기도 했다.

민주노총·참여연대·경실련 등 89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호르무즈 파병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지금 호르무즈 해협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이 도사린 곳”이라며 “한국군이 이곳에 파병된다면 그 위기의 한복판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파병 결정이 국회 동의 절차를 생략했다”며 “헌법에 명시된 국회 동의권마저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군 파병으로 오히려 안전에 위협을 받고, 미국의 공세를 정당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에 대한 위험이 보고된 적이 없다”며 “파병 군인과 현지 교민의 안전은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독자 파병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 공조하고, 일본 자위대와도 협력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는 촛불정부를 자처하고 있지만 그 촛불은 평화를 염원하지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기를 바라는 촛불이 아니다”며 “이번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한경준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국장은 “정부는 방위비 분담과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한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자회견 참가 단체들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 가는 한편 앞으로 대책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뒤 고 김선일씨의 ‘나는 죽고 싶지 않다’는 외침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며 “중동의 화약고에 파병을 하면서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고 하는 것은 몰염치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미국의 전쟁동맹에 가담한다면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며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이 이라크 파병으로 완전히 등을 돌렸던 역사를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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