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윤리경영을 감시하는 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변호사가 9일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윤리경영 파수꾼이자 준법 감시자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 구성 결과와 활동계획을 밝혔다. 그는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위원회를 출범시킨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양형을 낮추기 위한 면피용이 아닌지 의심이 있어 처음에는 거절했다”며 “위원회 구성·운영 전반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하라는 요구를 삼성이 수용해 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이 부회장이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준법감시위의 독립·자율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우려·의심을 밝혔고 이 부회장은 완전한 독립성·자율성을 약속했다”며 “준법감시위 요구를 삼성이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해 외부에 공표하겠다”고 말했다.

노사갈등이 수년째 이어지는 유성기업 노사분쟁 사건에서 사측 변호를 맡아 논란이 되는 상황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미처 헤아리지 못한 일이 있다면 제 잘못이고 실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노동계가) 규탄한다는 성명을 썼지만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준법감시위를 하는 데 본분을 잊지 말고 대의에 충실하라는 말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성명을 보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소송대리인 담당변호사를 철회했다”며 “(사측 변론을 맡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사건도 어떤 입장을 취할지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이달 말 공식 출범한다. 김 변호사를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봉욱 변호사·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외부위원으로 참여한다. 삼성에서는 MBC 보도국 부국장 출신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고문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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