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삼성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다음달 21일 시행된다. 명확한 기준 없이 ‘국가핵심 기술에 관한 정보 비공개 원칙’을 담고 있다. 작업환경에 관한 모든 정보가 비공개될 수 있는 데다,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 보호를 위한 정보’는 공개하도록 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민·사회단체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으로 노동자·시민 알권리가 파괴됐다”며 헌법소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다음달 21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보장돼야 할 알권리를 파괴하는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별다른 논의나 문제제기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210명 중 20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가핵심기술이란 이유로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생명·알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이 법안에 담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이 잇따랐다. 수년간 계속된 반도체 직업병 피해와 관련해 삼성은 공장에 국가핵심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며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거부했는데, 개정안에 삼성 주장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개정안은 적법하게 취득한 정보에 대해서도 취득 목적 외 사용·공개를 금지하는 한편 처벌규정을 담고 있다. 작업장 환경에 대한 정보공개가 이뤄지더라도 위험성을 알리는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게 했다.

반올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법안 의결에 찬성한 국회의원 206명을 대상으로 법안 문제점과 재개정 작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일각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입증책임 사유가 있는 경우와 화학물질관리법상 화학사고 피해가 있을 경우를 공개금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자운 변호사는 “산재 피해노동자의 산재 입증도 문제지만 공장 내 화학물질 관리나 사고발생시 피해상황을 시민사회나 노동자·주민이 알 수 없게 된다”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법안의 문제점을 공론화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14일 여야 의원들과 함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법 재개정을 위한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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