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쟁의 조정을 담당하는 유일한 공적기관인 노동위원회 위상에 걸맞은 전문성과 중립성·독립성은 무엇일까.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위원회는 노동쟁의 조정을 담당하는 유일한 공적기관이다. 법원과 함께 노동권리분쟁 판정을 하는 행정위원회다. 그러나 노동위가 갖는 권한·기능·위상에도 독립성과 중립성·전문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노동자 권리구제 역할을 하는 노동위가 공익위원 회의 참석수당 미지급으로 도마에 올랐다. 노동위가 준사법기관으로서 그에 걸맞은 위상과 역할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앙노동위, 개혁위 권고 1년 넘게 “검토 중”

공익위원 A씨는 노동위의 반복된 회의 참석수당 미지급건을 <매일노동뉴스>에 고발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당 몇 푼을 못 받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노동위 운영상의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을 말하는데 노동분쟁을 다루는 준사법기관인 노동위 위상만 보면 노동존중 사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와 12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올해 공익위원 회의 참석수당 미지급건이 10월 말 현재 3천743건 발생했다.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지급이 지연됐다. A씨도 9월부터 10차례에 걸친 회의수당을 받지 못했다. 그는 노동분쟁을 조정해야 할 노동위가 수당 지연지급을 되풀이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노동위는 1945년 미군정법령 19호에 의해 노동분쟁 조정을 위한 법정기관으로 처음 설립됐다. 1953년 노동위원회법이 제정되며 독립된 입법에 의한 노동위원회 제도가 확립됐다. 이후 노동위의 권한과 기능이 확대됐고 위상은 높아졌다. 문제는 확대된 권한과 기능 강화에도 노동위의 독립성·중립성·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지난해 7월 활동을 종료하면서 발표한 결과보고서를 통해 노동위 운영실태를 짚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위 심판절차 증거자료 비공개와 구제제도 실효성 미비와 함께 공익위원의 중립성·전문성 강화를 제안하며 위원 위촉방식인 순차배제방식 개선을 권고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공익위원 선정 과정을 투명화하고 전문성 있는 자를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후보자를 배제하는 사유와 배제순위를 공개해 합리적 이유에 의한 추천과 배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고가 나온 지 1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앙노동위 관계자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 권고사항을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관료, 노동법리 모르는 경영·경제 전공자 많아”

노동위는 1963년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심판기능을 맡았다. 심판기능이 확대되면서 위상도 올라갔다. 높아진 위상만큼 적절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공익위원 위촉방식인 순차배제방식을 전문성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노동위원장과 노조·사용자단체가 각각 추천한 자 중 노사가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사람을 위촉하는 방식이다. 노사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법 전문가들이 우선 배제되는 방식 탓에 노동전문성이 떨어지는 공익위원이 위촉된다는 비판이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인권안전특별위원장은 “공익위원 선정 과정을 보면 퇴직관료나 경영·경제를 전공한 사람이 많다”며 “노동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인적구성이 이뤄지다 보니 노동법리와 다른 결론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6월 현재 중앙노동위와 각 지방노동위 위원장, 상임위원 및 공익위원 현황을 보면 중앙노동위 조정담당 위원 19명 중 9명이 경영학 교수다. 부산·전남·경북·전북지노위도 각각 6명·7명·10명·4명이 경영학 교수다. 노동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공익위원 중립성 준수에 관한 규정을 구체화하고 내부 자율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복된 회의수당 지연지급, 결국은 독립성 문제?

노동위 운영상 문제는 전문성과 중립성에만 있지 않다. 최근 제기된 공익위원 회의수당 지연지급은 매년 하반기에 되풀이되는 문제다. 공익위원 자격과 역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준사법기관 위상에 맞도록 공익위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노동위 공익위원 회의수당 미지급건과 관련해 노동분쟁사건 증가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기획재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반수용비에서 회의수당이 포함된 ‘노동위원회 전문성 강화’ 사업 부족분을 채웠다. 내년 정부 예산이 6억5천만원가량 증액됐다고 하는데, 올해 예산 이·전용 현황을 보면 8억1천700만원을 일반수용비에서 가져왔다. 노동부 말대로 “숨통이 트이는” 것이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 부족은 노동위 운영상 문제와 직결된다. 97년 노동위원회법 전면개정을 계기로 중앙노동위원장은 장관급으로 격상됐지만 노동부 산하기관이기에 인사는 물론 예산에서도 독자적인 권한을 갖지 못한다. 중앙노동위 소속을 노동부가 아닌 국무총리실로 격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배경이다.

인권변호사 출신 김선수 대법관은 2015년 작성한 ‘노동위원회의 중립성·전문성 강화 방안’에서 “예산 편성에서도 노동위가 독자적으로 수립하고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부를 통해 하고 있으므로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앙노동위 소속을 노동부가 아니라 국무총리실로 격상하고 예산·인사권을 노동부에서 독립시켜 실질적으로 중앙노동위원장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속한 권익구제는 장점
노동분쟁절차 이원화는 한계


노동위는 부당해고·인사조치 혹은 부당노동행위로 권익을 침해당한 노동자가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익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위상에 걸맞지 않은 노동위 운영상 문제와 법원과의 노동분쟁절차 이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노동전문가는 노동법원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의 다수 국가가 독립적인 전문법원으로 노동법원을 두고 있다. 독일은 노사 간 권리분쟁을 노동법원이 단독으로 관할함으로써 노동법 적용의 일관성과 법관의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영국 위원장은 “노동분쟁절차 이원화로 인한 소송 장기화가 초래되고 있다”며 “심판이나 구제기능은 전문적인 법원으로 가는 것이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심판 기능을 갖는 노동위와 노동법원이 병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는 “노동법원이 노동위 대체재로 이야기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노동위가 쌓아 온 전문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권리구제 통로를 다양화하는 측면에서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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