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노동자·농민·빈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 노동개악 중단과 함께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민중공동행동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9년 전국민중대회’를 열었다. 촛불항쟁 3주년을 기념해 열린 대회다. 민중공동행동에는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빈민연합·한국진보연대 등 5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2만여명의 인파가 광화문광장을 채웠다. 박근혜 정부 탄핵의 도화선이 됐던 민중총궐기대회를 열었던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전신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민의를 역주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 민의 역주행"

광화문광장은 “노동개악 분쇄” “미국 반대” “문재인 정부 규탄” “직불제 개악 저지”라고 쓰인 붉은색 손피켓으로 가득 메워졌다. 농민노래단과 노동자문선대가 <늙은 노점상의 노래> <농민가> <파업가>를 연달아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명금 공공연대노조 부지회장·고창덕 전농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윤헌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노량진수산시장 지역장 등이 무대에 올라 개회를 선언했다.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다, 민중의 힘으로 민중 세상 쟁취하자.”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빠른 속도로 영상이 흘러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인공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발언에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에 반대해 농성과 집회를 하는 모습이 교차 편집돼 있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말 뒤에는 “한국은 미국의 가장 큰 군사 장비 구매국”이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이어 붙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 미국 무기 수입국이다.

박행덕 전농 의장이 연단에 올랐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한 것은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불매운동에 나서고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을 무시한 것”이라며 “미국은 기존 액수의 6배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강요하고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소위 ‘동맹국’에서 유무형의 편익을 모조리 뜯어가고 심지어 웃돈까지 챙기겠다는 날강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개악 법안으로 파업·산별노조 무력화"

본대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민주노총은 사전결의대회를 열었다. 조합원 4천여명이 함께했다.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지회장 홍재준)는 이날로 158일째 파업 중이다. 홍재준 지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1천900만 노동자를 몇몇 자본에 바치려 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개악 법안이 통과된다면 파업을 언제 하는지 알려 줘야 하고, 노동자는 사업장 밖에서만 투쟁할 수 있습니다. 산별노조 간부는 사업장에 출입할 수 없어 노조는 무력화할 것입니다. 촛불 앞에서는 노동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했던 문재인 정부가 뒤에서는 노동자를 죽이려 합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으로 더욱 나은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는 최저임금 1만원 포기로 무너져 내렸고, 죽음을 재촉하는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는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으로 무너지려 한다”며 “노동존중이 아닌 노동절망 정권에 맞서 투쟁으로 노동기본권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외세 내정간섭으로 촛불 3년 얼룩져"

민중대회 참가자들은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과 평화체제 실현 △노동개악 중단과 노동기본권 보장 △농민·빈민 생존권 보장 △재벌체제 청산 △직접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적폐의 발호·정권의 역주행·외세의 내정간섭과 강도행각으로 촛불 3년이 얼룩지고 있다"며 "진정한 촛불 민의는 외면한 채 단물만 빼먹으려 드는 무능 정권에 맞서는 투쟁으로 우리가 이 땅의 주인임을 보여 주자"고 결의했다. 주최측은 인근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한반도 평화 실현'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찢는 상징의식을 펼쳤다. 이후 청와대 사랑채 방향으로 행진한 뒤 마무리 집회를 갖고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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