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열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2019년 8월12일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에 회사의 직장폐쇄를 알리는 공고문이 부착됐다. 금속노조 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가 6월28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 48일이 지난 후에 벌어진 일이다. 크게 놀랍지 않았다. 사측이 지속적으로 협상 과정에서 노조에 대한 적대적 의사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직장폐쇄는 그 연장선상에서 회사가 당연히 밟을 것이라 예상됐던 절차 중 하나일 뿐이다.

직장폐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가 규정하는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쟁의행위 유형 중 하나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해 노사 간 교섭력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에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수동적·방어적인 수단으로 개시되는 경우에 한해 정당성이 인정된다.

대법원 역시 노동조합 조직력 약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 직장폐쇄는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직장폐쇄 정당성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사 사이에 진행된 교섭 과정에 비춰 분쟁 상황(교섭결렬)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수 있는지 여부, 둘째 노조 쟁의행위가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정도에까지 이르렀는지 여부, 셋째 노조 쟁의행위로 인해 회사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 넷째 회사 직장폐쇄 목적이 쟁의행위로 노사 간 힘의 균형(교섭력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노조 조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인지 여부다.

그렇다면 일진다이아몬드의 직장폐쇄는 어떨까. 사측은 2019년 2월께부터 있었던 노조의 교섭요구에도 교섭에 관한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 이런 사측의 태도는 노조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이에 충북지노위가 사측에 교섭안을 제시할 것을 권고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사측은 노조가 조정신청을 철회하면 교섭안을 제시하겠다며 노조 쟁의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충북지노위는 사측의 이런 태도로 인해 2019년 4월15일 조정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노조의 전면파업 이후 결국 사측이 교섭에 나섰지만 그 이후에도 사측은 노조 조합원 72%가 협정근로자로서 파업 대체인력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등의 사실상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교섭안만 제시했을 뿐이다. 이처럼 교섭결렬 및 쟁의행위 장기화의 주된 원인은 명백히 사측의 교섭해태에 있다. 그럼에도 일진다이아몬드는 노조와 교섭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 보면 직장폐쇄는 교섭 과정에서부터 이어진 사측의 노조 무력화 시도의 일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목적의 공격적 직장폐쇄의 정당성은 어떤 방법으로든 인정될 수 없다. 직장폐쇄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사측은 적어도 2019년 2월 노조의 교섭요구 이후 총 20회가 넘는 교섭 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섭안이라도 제시했어야 했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및 장기간 쟁의행위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직장폐쇄를 정당화하지만 이러한 사측의 주장은 공장의 일부분만 점거하고 평화로운 쟁의행위를 진행한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근거 없는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에게는 노동 3권을 파괴하는 흉기에 해당한다. 유성기업·KEC·발레오만도·에스제이엠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목도했듯이 사용자는 조합원들을 분열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노조를 파괴하려는 목적에서 직장폐쇄라는 흉기를 휘두른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이런 흉기를 노동자들에게 노골적으로 휘두르고 있다. 현재 이에 맞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싸우고 있는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연대와 지지가 확대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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