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10일 닻을 올린 문재인호가 출범 2년을 맞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전면에 내걸었다. 임기 5년 중 2년이 지난 지금, 노동정책 성적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동시간단축·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발에 휩싸였다. 대통령선거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미비준 기본협약(8개 중 4개)조차 비준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표류 중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문재인 정부 2년을 돌아봤다.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문재인표 정책’ 안녕한가요
② 컨트롤타워가 없다
③ 남은 3년, 노동정책 시즌2는? 

 

▲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월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중 2년이 지났다. 이젠 3년차다. 집권 2년에 대한 평가가 한창인데, 그 속에는 앞으로 3년에 대한 기대와 주문이 녹아 있다. 노사의 관심은 남은 3년,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시즌2로 모아진다.

21대 총선이 내년 4월 치러진다.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국회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내년 총선까지 1년이 노동정책 시즌2를 펼쳐 나갈 적기다. 정치·경제 상황에 떠밀려 미적거리다가는 '노동존중 사회' 열차 티케팅에 실패할 수 있다. 추진동력을 확보해 노동공약을 이행해 나갈 것인가, 어려운 경제사정과 정치적 이유로 주춤할 것인가.

지금부터 1년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으로 볼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할 권리 보장,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 해고자 이슈가 대표적이다.

촛불의 요구는 ‘노동존중 사회’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운 정부다. ‘노동’을 앞세운 정부는 사실상 처음이다. 촛불혁명의 주문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비정규직 감축·처우개선,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노동공약으로 내놓았다. 일자리 창출에서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실노동시간 단축·일자리 나누기를 세부공약으로 제시했다. 비정규직 감축·처우개선에서는 △비정규직 규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 감축 △비정규직차별금지특별법 제정 △원·하청 공동사용자 책임 △최저임금 1만원·생활임금제 확산을 약속했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에서는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 수립 △노동인권교육 의무화·알바존중법 도입 △ILO 핵심협약 비준 △노조조직률·단체협약 적용률 획기적 제고 △90% 중소·영세 미조직 노동자 권리 보장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민간기업 확산 △위험의 외주화 방지·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이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국정과제로 다듬었다. 정부는 임기 첫해인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놓고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 국정과제에는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 수립,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폐기, ILO 핵심협약 비준, 근로자 대표제도 기능 강화, 중소·영세 미조직 노동자 보호를 담았다.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 국정과제에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추진,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전면 개편, 원·하청 공동사용자 책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넣었다.

대선 공약·국정과제 이행 결과 신통치 않아

지금 생각하면 노동자들이 기대감을 부풀릴 만한 공약과 국정과제였다. 그런데 공약 이행 여부 점검 결과는 좋지 않다. 경실련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나라를 나라답게’ 공약을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감축·처우개선 공약 완전이행은 24개 중 3개(12.5%), 노동존중 사회 실현 공약은 41개 중 5개(12.2%)에 그쳤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이달 7일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일자리 로드맵, 주무부처 업무계획 이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문재인 정부 2년 노동정책 평가’ 이슈페이퍼를 공개했다. 결과는 “낙제에 가깝다”였다.

이행하지 않은 공약과 국정과제가 많은 데다, 이행한 것 중에서도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게 꽤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단축·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사회적 대화 모두 이행했다. 성과로 볼 수 있는 공약 이행인데, 지금은 모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전원사퇴 의사로 내년 최저임금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인력충원과 임금보전을 요구하는 버스노동자들은 15일 파업을 예고했다. 심지어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3단계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와 계층별대표 3인의 본위원회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실련과 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내용 중 대표적인 미이행 공약이나 국정과제는 뭐가 있을까. 이들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 △포괄임금제 규제 △ILO 핵심협약 비준과 국내법 개정 △집단적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 △초기업단위 교섭 촉진 △근로자 이해대변제도 개선 △4인 이하 사업장 개선방안 마련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지목했다. 정책연구원은 "단협 적용범위 확대와 효력 확장, 비정규직 사용 부담금제 도입, 비정규직차별금지특별법 제정은 대선 공약에 있었지만 국정과제에서는 빠졌다"고 밝혔다.

집단적 노사관계·노조할 권리 주력해야

문재인 정부는 남은 3년간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한국노총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문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노동기본권 폭넓은 보장과 타임오프제도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 국민연금 보장성 확대, 산업재해 예방, 사회적 대화 활성화 등 사람이 먼저인 노동존중 대한민국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 달라”고 요구했다.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같은 지난 2년간 추진한 과제에다, 노동기본권·타임오프·사회안전망 등 새로운 과제를 이행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향후 3년은 집단적 노사관계와 비정규직 권리보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연구위원은 “정부가 임금격차 해소를 강조하는데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가 효과적인 답이 될 것”이라며 “단협 적용범위 확대와 효력 확장을 패키지로 가져가면 격차 해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고용직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노조할 권리 보장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 여부가 앞으로 노정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ILO 핵심협약 비준에 이어 사회적 대화기구 정상화, 확장적 재정정책, 소득재분배, 노동정책 활성화로 지지층을 결집해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불평등 해소 위해 개혁동력 확보 시급

고용노동부 자문기구였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지난해 7월 노동부에 권고한 사항을 이행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노동행정(4개) △근로감독(2개) △노사관계(3개) △산업안전·산재보상(4개) △권력개입·외압방지(2개) 등 15개 과제를 권고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같은 행정관청의 단결권 제한을 개선하고, 현대자동차·기아차·이마트 등 불법파견 수사와 근로감독 적극 조치 같은 권고가 포함됐다. 노동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근로감독 실효성 제고와 임금체불 사용자 재재 강화 등 개선도 권고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위원장이었던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15개 과제가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노동자가 체감할 수 있는 근로감독과 산업안전, 고용서비스 행정에서 법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3개 행정만큼은 제대로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 불평등 격차 문제는 사회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로 벌어져 있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사회안전망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사노위가 빨리 정상화돼야 집단적 노사관계와 노조할 권리, 격차 해소와 사회안전망을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경덕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안착하고 내년 최저임금 심사가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20일 경사노위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가 끝나면 어떤 선택을 할지 당·정·청이 긴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윤정 기자

정부 행정권한으로 할 수 있는 국정과제는?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포괄임금제 금지·특수고용노조 인정

문재인 정부 남은 3년 중 1년은 20대 국회와 같이 가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버틴 20대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국회 입법이 아닌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이나 행정권한으로 할 수 있는 국정과제부터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지난해 7월 행정입법 개선 권고를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9조2항(노조 아님 통보)과 7조(산하조직의 신고) 삭제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모법의 위임이 없거나 범위를 초과해 노동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7조(적용범위)에 따른 <별표 1>을 개정하라는 권고도 했다. <별표 1>은 ‘상시 4명 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법 규정’이다. 개혁위는 "<별표 1>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 적용을 확대하라"고 밝혔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또 “위법하거나 부당한 노동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지침이나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와 일터인권 침해(직장갑질)의 예방과 단속, 근로시간의 정확한 기록을 예시로 들었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2년 노동정책 평가’ 이슈페이퍼에서 “문재인 정부는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해 행정부 의지로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라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직권취소,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 설립, 공무원 해직자 원직복직 행정조치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포함해 행정조치로 가능한 것을 먼저 해야 한다”며 “20대 국회로 인해 차질을 빚은 국정과제를 21대 국회 초반에 안착시킬 수 있도록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빨리 짜야 한다”고 말했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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