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간 최종계약으로 이어지면 조선업계가 빅3 체제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 체제로 재편된다. 분식회계·경영진 비리 등 난맥상을 보인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해 민영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그러나 2015년 이후에만 10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 놓은 대우조선해양을 재벌대기업에 넘겨 버리는 '손쉬운 해법'을 선택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31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상화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조선산업 재편을 수반하는 방식의 민간 주인찾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이날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전부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지주사가 조선통합법인을 만들고, 그 밑에 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제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 5천973만8천211주를 전량 통합법인에 현물로 출자한다. 현대중공업은 전환상환우선주와 보통주를 신주발행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3자배정 유상증자로 1조5천억원을, 자금부족시 추가로 1조원을 지원한다.

산업은행은 또 다른 잠재매수자인 삼성중공업도 접촉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향을 타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대중공업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속전속결로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대우조선해양을 재벌대기업에 넘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해운·조선업 침체로 선박수주가 줄고, 저가수주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2015년 4조2천억원 지원 이후 10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대규모 분식회계로 전직 사장들과 산업은행 회장이 사법처리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이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도 경영난맥상을 보이긴 했지만 다른 재벌에게 넘기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는지 묻고 싶다"며 "매각 과정에서 특혜시비·독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가 재벌기업 살리기에 올인하면서 손 쉬운 방법을 택한 거 같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