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1쇄 발행 2017년 3월10일

  지은이 : 이호동
  펴낸곳 : (주)매일노동뉴스
  ISBN : 978-89-97205-36-3
  가격 : 15,000원

      

 

『전력질주』는 한국 사회 공공성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던 시절 급조된 정부 정책의 철회를 위해 싸웠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조직의 명운을 걸고 개인적 인생을 걸었던 싸움의 기록이다. 공식적 기록과 함께 주관적 기억도 덧붙였다.

 

저자소개 

저자 이호동 전 발전노조 위원장은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자위원, 매일노동뉴스(길에서 만난 사람)와 민중언론 참세상(노동의 시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호동은 포항에서 태어났어요. 가난을 이겨 보려고 초·중·고·대학을 장학금으로 다닌 고학생이었죠. 고등학교 1학년까진 육상부로 뛰기도 했어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인문계고 3년 장학생 자격을 반납하고 수도전기공고를 국비장학생으로 다녔어요. “니 엄마를 부탁한데이”라는 아버지 유언에 따른 겁니다. 약속대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어요.
그의 평생에 걸친 꿈은 장학회를 설립하는 거예요. 누군가의 시혜처럼 포장되는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하면서 깨달은 게 있었죠. 학생 개인계좌로 무기명 입금되는 그런 키다리 아저씨 장학재단을 만들려고요. 몇 푼이 될지 모르나 저자 인세 전액을 장학금과 해고자 후원금에 보탠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이호동은 1985년 양말공장에서 생애 첫 해고를 당한 뒤 30년 넘도록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지요. 1988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합니다. 2001년 한전 울산화력지부 위원장을 거쳐 같은 해 발전부문 분할로 만들어진 한국발전산업노조 초대위원장이 됐어요. 2002년엔 전력산업 민영화에 반대하며 38일간 파업을 이끌었고요. 해고되고 수배되고 구속됐지요. 2004년에는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 전력질주>는 전력산업 민영화를 온몸으로 막았던 2002년 그날을 되새기는 비분강개 징비록입니다. 발전파업으로 해고된 348명 중 유일하게 복직하지 못했지요. 2005년 공공연맹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해고자·비정규직과 함께하겠다”고 선언해요. 그 후 10년 넘게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높이 솟은 철탑과 굴뚝에서 해고자·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며 풍찬노숙했어요.
현재는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와 발전노조, 공공운수노조 지도위원을 겸하면서 다수의 노동운동단체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노동운동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요.

 

추천사

민주공화국과 전력산업의 공공성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 재탄생의 과정에 핵심적으로 그 의미가 빛나는 선구적 투쟁이 있다. 노동이 앞장서 국가기간산업의 공공성을 수호함으로써 사회적 평등을 지켜 온 전력산업 민영화 저지투쟁이 그것이다. 전력산업 민영화 저지투쟁 15년의 역사를 정리해 그 교훈을 찾고자 한 이 책의 의미는 아주 크다. 전력산업 민영화 저지투쟁은 관료-재벌의 과두제를 강화하기 위해 획책돼 온 민영화 정책의 본질을 적확히 비판하고, 노동이 중심이 돼 공공적 전력산업의 위상을 바로 세워, 그것이 시민의 행복과 안전, 그리고 보다 평등한 사회에 기여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주권자인 노동자와 시민이 15년 전력산업 민영화 저지투쟁의 역사적 성과를 올바르게 총괄하고, 명실상부한 새 민주공화국의 구현을 위한 실천적 투쟁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송주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판도라 상자에서 나온 마지막 희망, 노동조합
정부 계획에 따라 3월부터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주식 상장 예비심사가 진행될 올해는 공교롭게도 전력 민영화 저지를 위해 발전노조가 38일간 총파업을 한 지 딱 15년이 되는 해다. 당시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전력부문 민영화에 찬성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파업이 국민 여론을 뒤바꿨다. 국민의 86%가 전력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투쟁을 통해 결국 민영화를 저지시켰다. 정권과 신자유주의 세력은 전력 민영화라는 재앙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지만 그 상자 안에는 민주노조라는 마지막 희망도 함께 담겨 있었다. 그 마지막 희망이 15년 전 승리를 가져왔다.
전력산업 공공성을 지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다.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로 탈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미세먼지와 환경오염, 피크오일로 인해 화력발전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정책 전환이 시급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전력 민영화는 재앙의 판도라 상자다. 소수 자본의 이해를 위해 대다수 국민을 희생하고 미래를 제물로 바치는 일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투쟁하는 노동자다. 2002년 38일간 발전파업을 기점으로 시작된 지난 15년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저지투쟁을 담은 이 기록은 그래서 매우 소중하다. 이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며, 전력 민영화 저지투쟁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것이다. 그 역사의 주인공은 자랑스러운 우리 노동자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전력의 공공성은 노동자로부터 나왔다
한국 사회 적폐를 청산하고 대개혁을 하려면 공공부문부터 적폐를 청산하고 대개혁을 해야 한다. 전력과 같이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민영화·외주화하고 산업용 요금 특혜 같은 방식으로 재벌과 검은거래를 형성하고 있는 부정한 권력 낙하산 세력을 확실하게 청산해야 한다. 에너지 등 공공서비스를 헌법상 국민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서비스 생산자인 노동자와 이용자인 국민이 주인이 되도록 공기업 운영을 대개혁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시기 미완이긴 하지만 민영화 저지투쟁에서 일차로 승리했다. 완전한 승리를 위해 지난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투쟁의 전망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이 책에 담긴 지난 15년간의 역사에 그 교훈이 있다.
당면한 발전자회사 매각이나 상장-판매 분리 저지는 물론이고 전력산업 통합과 민자발전 공영화, 남북과 동북아 전력 발전, 에너지 기본권과 민주주의 확대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공공부문, 새로운 전력산업을 건설하는 길에 공공운수노조가 함께할 것이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들어가며

어린 시절 달리기를 곧잘 해서 고1 때까지 육상을 했다.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 위주로 달렸다. 운동장 트랙을 끝없이 돌았다. 학교 밖에 나가 특정 지점까지 달려갔다 오기를 반복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자전거 타이어를 묶어 배에 걸고 뛰기도 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헉헉거리면서 하늘을 보면 희뿌옇게 바랬다. 인내를 배웠던 시절이다. 그런 경험이 발전노조 파업 때 기자로부터 “파업을 이끄는 위원장의 개인적 장점을 하나 들어 달라”는 질문에 “스타트는 느려도 스퍼트는 강해요”라는 대답을 한 이유인 것 같다.
15년 전, 2002년은 절망의 벽 앞에서 기적을 바라는 심정이었다. 정면돌파 외에 우회로는 없었다. 작심하고 시작한 투쟁이었다. 이 책은 한국 사회 공공성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던 시절 급조된 정부 정책의 철회를 위해 싸웠던 이야기다. 조직의 명운을 걸고 개인적 인생을 걸었던 싸움의 기록이다. 공식적 기록과 함께 주관적 기억도 덧붙였다. 주관의 객관화 과정에서 부끄러운 기억보다 자랑스러운 기억이 도드라질 수 있다. 인지상정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공기업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나라를 살린다며 전 국민이 장롱 속에 있던 돌반지·결혼반지 같은 금붙이를 있는 대로 내놓던 시절이었다. 공기업 민영화만은 안 된다는 시민사회의 염원은 현실에서 밀리고 무너졌다. 마지막 보루였던 전력노조 집행부는 직권조인을 해 버렸다. 2000년 12월 23일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2001년 4월 민영화 준비를 위해 발전부문이 5개사로 분할됐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2년 신년벽두부터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발전노조 설립 7개월 만의 파업이었다. 이 땅에서 전력산업이 시작된 지 104년 만의 전면파업이었다. 2002년 2월 25일 철도·발전·가스 3개 노조 동맹파업은 그렇게 역사에 실체를 드러냈다. 38일의 파업은 세상을 움직였다. 기적 같은 여론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
2003년 3월 말 정부의 민영화 잠정중단 발표가 있기까지 1년에 걸친 싸움이었다. 당연히 후순위 분할민영화 대상이었던 배전분할도 중단됐다. 이후 기업공개(IPO) 방식이 시도됐다가 다시 중단됐다. 2008년 6월 촛불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물·전기·가스·건강보험은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했다. 민영화 중단 이후 전력산업 방향을 놓고 다양한 연구와 논쟁이 이어졌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세월 15년이 지나고 있다. 당시 민영화됐다면 극소수 가진 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이 에너지기본권을 향유하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난 15년 동안 외형상 전력산업의 주력은 공적 소유와 운영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소유체제는 ‘공적 소유’가 필연적이다. 운영체제의 ‘공적 운영’ 형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전력산업에 대한 미래지향적 논의와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은 공론화 과정도 없이 2016년 6월 IPO 방식을 통한 민영화 수순을 밟았다. 같은 해 12월부터는 IPO 주관사 선정 등 구체적 절차에 착수했다. 2017년에 2개사, 2018년까지 나머지 3개사를 상장하겠다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전력산업을 결국 해외자본이나 국내 재벌의 품에 안겨 주려는 속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5년의 논란과 진행 과정을 원천무효로 돌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박근혜 정권의 시대역행적 국정운영은 전력·에너지산업 소유와 운영문제에서도 똑같았다. 무데뽀로 밀어붙였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지난 15년간 발전노동자들의 기적 같은 승리를 파업 당시의 위원장으로서 기록하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다. 공식적인 백서가 있으니 먼 훗날에 좀 더 객관화되면 그때 기록하겠다고 미뤄 왔다. 하지만 MB정권의 노조파괴 공격으로 노동조합의 주체적 조건이 달라졌고, 박근혜 불통 정권의 전력산업 설계가 급격하게 달라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정리돼 있던 자료와 기억을 토대로 역사적인 동맹파업과 발전노조 조합원들의 역정을 책으로 엮기로 했다. 연대했던 이 땅 노동자 민중의 승리를 기록하고 새로운 전력·에너지산업의 미래 설계를 위해 출판을 결정했다.
전력질주(電力質主)를 화두로 붙잡고 필자와 발전노동자들이 15년 동안 전력질주(全力疾走)를 했던 기록을 정리하는 동안 박근혜 정권은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1,500만 촛불항쟁과 국민의 힘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됐다. 필자는 적폐청산의 절박한 심정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단으로 활동했다. 오늘을 기점으로 적폐청산과 새로운 희망의 계기가 되기를 빈다.
부족하지만 이 책이 한국 전력산업 사유화 정책을 폐기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쓰임새가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산업 민영화 정책이 중단되기를 희망한다. 사유화는 여기서 즉각 멈춰야 한다. 동시에 철도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도 폐기되기를 고대한다. 국가기간산업 민영화금지법과 공기업사유화금지법이 제정되는 날을 상상하면서 독자들의 관심과 격려를 기대한다.

                                                                                          2017년 3월 10일
                                         국정농단과 전력산업 민영화를 재추진한 박근혜가 파면된 날에
                                                                                                이호동 드림
 

목차

들어가며 ● 06
추천사 송주명 / 최종진 / 조상수 ● 10

1장 전력질주, 긴박했던 38일의 기록
발전노조 깃발을 세우다 ● 21
- 한 맺힌 12월 3일 ● 21
- 풀리지 않는 미래 ● 26
민영화 저지 총파업 ● 40
- 뒤돌아보지 맙시다 ● 40
- 총파업 선언, 새벽을 가르다 ● 52
굳건한 조합원들, 그리고 명동성당 ● 68
- 배신하지 않는다 ● 68
- 연대투쟁의 추억 ● 72
- 잠정합의안 폐기와 현장복귀 ● 87
노동쟁의에 대한 가압류 및 서약서,
개별감사 등의 문제점과 대처방안 ● 102
발전노조 이호동 위원장 결심공판 최후진술서 ● 112
다시 발전매각 저지투쟁으로 ● 120
- 노조와해 시도와 함께 닥친 실사단 ● 120
-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 130
발전소 매각저지 1차 투쟁 승리를 선언하며 ● 140
조계사와 명동성당에 얽힌 추억담 ● 143
전국 섬 발전노동자 일어서다 ● 147
파업선언 10주년을 기념하며 ● 155

2장 전력산업 노동자, 민주노조 깃발 사수하다
한국 전력산업과 노동조합운동 ● 161
- 경제발전의 원동력 전력산업 ● 161
- 노동조합의 대응과 민주화 ● 166
일본 전기산업 그리고 전력사회화 투쟁 ● 173
- 일본전기산업노동조합 출범 ● 173
- 전력사회화 투쟁 ● 178
- 일본 전기산업 흥망성쇠 ● 185
밀어닥친 노조파괴, 영혼까지 빼앗길 순 없다 ● 188
- MB정부 노조파괴 기도 ● 188
- 조합원 총투표로 민주노총 탈퇴 노리다 ● 190
- 어용노조 설립과 조합원 개별탈퇴 ● 194
- 사과, 배, 토마토 ● 198
- 발전노조 조직복원에 나서다 ● 207
복수노조 제도 허와 실 ● 214
발전노조 설립 15주년 인터뷰 ● 219

3장 력사(歷史)의 길에서 만난 사람
이수갑 / 박순희 / 안재성 / 문정현 / 김진순 / 조태욱 /
김순섭 / 이철의 / 김진숙 / 김갑수 / 김명환 ● 225
친일 독재 잔치는 끝났다 ● 262

4장 질적인 발전, 공적 소유와 운영의 길
노조간부들이 바라본 전력산업 구조개편 ● 269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한 민영화의 망령 ● 299
구조조정과 민주노조 파괴의 양수겸장, 전력·에너지산업 민영화 ● 302

5장 주인은 노동자 민중이다
2002년 발전파업의 기억 ● 309
김영수 / 채상근 / 양경규 / 강철 / 박희병 / 신현규 / 김형주 / 남윤철
21세기 바람직한 전력산업구조 '수직통합체제' ● 326
발전노조 파업 15주년 인터뷰 ●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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