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공부하면 이긴다’는 모토로 한미FTA 폐기 시민학교를 열었다. 시민학교는 ‘한미FTA와 식품안전·공중보건’부터 ‘한미FTA 폐기는 어떻게 가능한가’에 이르기까지 총 8강으로 구성된다. 강의는 1월12일부터 3월1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매일노동뉴스>가 8차례에 걸쳐 한미FTA 폐기 시민학교 강의를 지면으로 중계한다.
“대한민국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 및 그 밖의 대상물의 인터넷 불법복제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 집행상 우선순위를 가진 사안임에 동의한다. 대한민국은 또한 소위 웹하드 서비스를 포함하여 저작물의 무단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 그리고 특히 개인 간 파일공유서비스에 대한 것을 포함해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집행을 제공하는 목적에 동의한다.”(한미FTA 협정문 18장 부속서한 ‘온라인 불법복제 방지 조항’ 중에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지난 18일(현지시각) 24시간 동안 사이트를 폐쇄했다. 미국 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 법안(SOPA)과 지적재산권 보호법안(PIPA)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위키피디아는 초기화면에 ‘자유로운 지식이 없는 세계를 상상해 보라’는 글을 띄웠다. SOPA와 PIPA가 도대체 뭐길래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일은 강 건너 남의 나라 일이기만 한 것일까.
지난 26일 저녁 민주노총에서 열린 한미FTA 폐기 시민학교 세 번째 강의가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 줬다. 남희섭 변리사는 이날 ‘누구를 위한 지적재산권인가’를 주제로 강의에 나섰다.
“지적재산권이 어려운 이유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권리이기 때문에 법에서 어떤 행위가 침해인지 규정하지 않으면 어디까지가 보호받는 권리인지 경계선 긋기가 힘듭니다. 소송에서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런 애매한 것들이죠.”
지적재산권은 ‘인간의 정신적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창작자에게 부여되는 권리’를 말한다. 지적재산권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권리다. 남희섭 변리사는 “지적재산권은 자연적 권리이거나 그 자체로 보편타당한 권리가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위한 사회제도를 통해 인정되는 제도적 권리”라고 설명했다. 지적재산권의 종류에는 특허권·저작권·디자인권·상표 등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 폐쇄, 과연 남의 일일까
지적재산권을 다룬 한미FTA 부속서한 온라인 불법복제 방지 조항에 따르면 양국은 저작물 무단 복제·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을 공동으로 행해야 한다. 이 조항 때문에 "한미FTA가 발효되면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가 폐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 대한 정부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일정한 경우에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목적에 동의한다는 부속서한은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집행 강화를 위해 양국이 합의한 정책 목적을 확인한 것으로 법적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의 해당 기능에 따라 정해지는 관리의무를 다하면 되며, 의도적으로 불법 침해물의 유통을 방조하는 않는 한 사이트 폐쇄조치를 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남 변리사는 “저작권을 직접 침해하지도 않은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겠다는 정책 목적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며 “정책 목표만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런 내용의 부속서한이 있는 FTA는 한미FTA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 인터넷 사이트 폐쇄가 가능한 상황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웹하드·P2P 사업자 등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가 △저작물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조치 실시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저작물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3회 이상 과태료 처분을 받은 후 다시 과태료 처분대상이 된 경우로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부장관이 요청한 경우 등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
미국에서 논란 중인 SOPA·PIPA 법안
부속서한의 인터넷 사이트 폐쇄 방침은 현재 미국에서 논란 중인 온라인 저작권 침해금지 법안, 즉 SOPA와 맞물려 있다. SOPA는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에 제출됐다. 이 법은 인터넷상에서 저작권이 침해된 경우에 대한 법적 조치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법적 조치로 웹 사이트의 접속 차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불법 MP3 파일이나 게임·영화 등을 직접 제공하는 사이트뿐만 아니라 불법 사이트에 링크를 제공하는 사이트까지 처벌할 수 있다. 검색목록에서 제외하고 해당 사이트를 강제로 폐쇄할 수 있다. SOPA는 인터넷 사용을 법적으로 강력히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구글·트위터·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에 의해 비판을 받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해 12월 “SOPA는 실현 불가능한 법”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SOPA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적재산권 보호법안, 즉 PIPA는 미국 정부와 저작권 소유자가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위조품을 만드는 웹사이트, 특히 미국 이외의 지역에 등록된 웹사이트로의 접속을 제한하는 수단을 명시한 법안이다. 지난해 5월 미국 민주당의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과 11명이 공동발의했다. 같은해 5월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미국 민주당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이 법안에 대해 보류를 요청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달 19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대 파일 공유 사이트인 메가업로드에 폐쇄조치를 내리고 설립자 등을 체포했다. 미국 법무부는 메가업로드가 불법복제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이를 방치했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SOPA와 PIPA 법안이 통과되면 메가업로드에 이어 다른 파일 공유 사이트가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지적재산권 무역수지 압도적
미국이 이처럼 지적재산권 보호에 주력하는 배경은 지적재산권 무역수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무역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체 지적재산권 수출 규모에서 미국은 39.1%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은 33.49%, 일본 10.89%였다. 반면 한국은 1.28%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0년 특허권 등 사용료에서 58억달러(약 6조9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표 참조>
58억달러는 미국의 미키마우스가 한 해 동안 올린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남 변리사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한미FTA 협정문에 대해 “미국통상법에 있는 것과 유사한 지적재산권 보호기준을 반영한 것”이라며 “미국 산업계 입장에서는 국내 환경과 동일한 환경에서 다른 나라(한국)에서 활동을 보장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FTA폐기 시민학교 네 번째 강의는 ‘한미FTA와 공공부문 민영화가 만나다’라는 주제로 다음달 2일 민주노총에서 열린다. 강사는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과 정석윤 변호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