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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근절 대책] 상습체불 사업주에 과태료·과징금 부과 추진

  • 어고은 기자
  • 승인 2025.09.02 18:35

개정법 시행 이전에 추가 제재 방안 발표 … 다단계 하도급 등 구조적 체불 문제 해결 나서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

정부가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과징금 부과 같은 경제적 제재 도입을 추진한다. 다음달 23일 ‘상습체불사업주 근절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고강도 제재 방안을 추가로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체불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체불청산에 대한 정부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다만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TF’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2조44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6월 기준) 체불액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5% 늘어난 1조1천5억원에 달했다. 체불 규모를 줄이고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계부처가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체불 범죄 법정형 3년 이하 → 5년 이하 상향

우선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공포된 개정 근로기준법에는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3배 이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명단이 공개된 상습체불 사업주가 ‘또’ 임금을 체불하면 일정 기준에 따라 과태료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피해노동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제외도 검토한다. 개정법에 따르면 ‘명단공개 기간 동안’ 다시 체불시 반의사불벌에서 제외하는데, ‘한번’이라도 명단공개 대상이 된 사업주가 재체불하면 제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체불 범죄 법정형도 현행 3년 이하에서 5년 이하 징역형으로 하반기 내 상향한다. 사업주가 임금체불을 ‘막대한 경영상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횡령 등 재산 범죄형량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취지다.

명단공개 대상도 확대한다. 현행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돼야 대상이 되는데, 1회 이상으로 확대한다. 고액 임금체불을 비롯한 악의적 체불에 대해서는 체불행위가 단 한 번만 발생해도 체불임금을 청산하기 전까지 정책자금 융자, 공공 보조·지원사업 참여 등 공공재정 투입을 제한한다.

임금 구분지급 제도 법제화, 건설·조선업부터

다단계 하도급에 따라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임금체불을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임금 구분지급’ 의무를 법제화한다. 원청이 도급비용에서 임금비용을 별도로 지급하도록 해 하청노동자의 임금이 다른 비용으로 전용되는 등 체불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건설·조선업종부터 내년 상반기에 추진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업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에서 시행 중인 ‘전자대금지급시스템’도 민간 영역까지 확대한다. 하도급대금·임금 등 공사대금 지급을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또 전체 체불액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퇴직금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퇴직연금 의무화도 추진한다. 사업장 규모별로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노동부는 단기 과제로 하반기 근로감독 물량을 두 배 가까이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1만5천개소에서 2만7천개소로 늘리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감독도 처음으로 실시한다. 고의·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피해노동자 보호를 위해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을 통해 도산사업장에 대한 대지급금 범위를 ‘최종 3개월분’ 임금에서 ‘최종 6개월분’ 임금으로 늘린다. 근로복지공단에 ‘회수전담센터’를 설치해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국세체납절차 준용 등 회수율 제고방안도 마련한다.

김영훈 장관은 “이번 대책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체불 데이터 관리체계를 선진화하고, TF에서 지속적으로 대책 성과를 점검하고, 필요시 반의사불벌죄 개선 등을 포함한 더욱 강력한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기초노동 질서가 준수되는 노동존중사회로의 변화를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범부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편집 김효정 기자
편집 김효정 기자

 

“사후 대책에 집중, 예방적 접근 부족”

노동계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체불 근절 대책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예방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청산율 상향을 목표로 한 사후 대책에 집중돼 있어 예방적 접근이 부족하다”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집중청산을 지도하거나 감독 물량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한시적으로 할 게 아니라 상시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고 “예방이 핵심인데, 경찰·지자체와의 합동 감독은 지자체 성격에 따라 반노동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불법하도급을 원천 근절하지 않는 한 임금체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반의사불벌죄는 조건부가 아니라 전면적, 즉시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온라인노조 위원장)는 “근본 예방대책이 빠져 있다”며 “하루라도 늦게 지급할수록 사용자에게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방식의 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근본 (예방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노동자가 지연이자를 받으려면 결국 소송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실효성을 높이려면 노동청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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