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는 상급단체 선택할 권리 없나
2009-09-24 편집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 아니다”
윤진원 전국통합공무원노조(준) 부대변인(전국공무원노조 대외협력실장)
정부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해 대화상대로 적절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무조건 자기하고 맞는 노동자들하고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법률적으로 보장돼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입장 자체도 모호하다.
투표율이 높았다. 전국공무원노조와 민주공무원노조는 이미 민주노총을 경험했다. 공무원들도 노동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등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특히 지방행정공무원들은 노동현장과 관련한 간접 경험을 많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투표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앞으로 통합공무원노조는 지방자치단체마다 흩어져 있는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노동운동 판도 변화는 과도한 기대”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본부장
이와 별도로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두고 노동계 판도가 변한다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생각은 다르다. 공무원노조는 원래 민주노총 소속이었다. 잠시 분리됐다 다시 합친 것 이상은 아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는 측면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외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노동운동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기 어렵다. 공무원노조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뭉쳤으니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국노총도 그동안 공무원노조 조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선점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공무원노조 중 중간조직으로 있는 조직이 꽤 있다. 이들 중 한국노총의 노동운동 방향에 동의하는 조직이 적지 않다.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가입, ‘당연한 기적’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
통합공무원노조 가입으로 민주노총은 더 강해질 것이다. 공무원의 특성인 행정력과 합리성이 가미되면서 조직이 더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공무원은 노동조건 개선 노력 자체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특성을 지닌다. 공직사회 개혁과 같은 의제는 사회운동이면서 현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이 통합공무원노조의 가입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통합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맹주천 변호사(법무법인 하늘)
공무원노조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자체적으로 판단해 활동할 것이다. 정부는 통합 자체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힘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때문에 민주노총에 대한 불법논란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는 요청은 가능하지만, 불법을 운운하는 것은 노조의 자율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직권남용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급기야는 해고자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법상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조합원으로 인정된다. 노조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대처하리라고 본다. 교섭권에 대한 재검토 발언도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가 아니면 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 총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된다.
“법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무지하거나”
이병훈 중앙대 교수(참여연대 노동위원장)
현 정부는 그동안 민주노총 무력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전투적인 데다 친기업 정책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다시 힘을 되찾고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는 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 구성원들이 민주노총에 들어가는 것도 불편해하고 있다. 이게 정부의 속내다. 정부는 정책에 순응하는 집단은 편애하고 그렇지 않으면 적대시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다.
“민주노총 가입으로 선의의 조합원 피해”
김진수 행정안전부 복무담당관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실정법을 어기거나 국가에 부담이 되는 활동을 많이 해 왔지 않나. 국정운영과 나라발전에 부담을 주는 단체에 공무원이 가입한다면,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진행될 2008년 대정부 단체교섭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공무원노조들이 만약 한국노총에 가입하려고 했어도 마찬가지로 대응했을 것이다. 한국노총도 공무원에게 금지된 정치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