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물고기는 세상으로 뛰어든다
한 청년이 살다 간 현재진행형인 비정규직의 삶과 투쟁의 모습
2005-10-31 임지혜 기자
서울에서 취직 준비를 하며, 매형의 건축일을 도왔지만 결국 취직은 이뤄지지 않았고, 다시 목포로 내려와 주류도매상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일했다. 그러다 우연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는 공부방을 소개 받아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2학년, 상태도에서 목포로 나오기 전 날개달린 물고기가 세상을 날아다니는 꿈을 꿨듯이 그때부터 용석은 날개달린 물고기가 돼 다시 세상을 날아다녔다.
공부방 아이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사랑하며, 항상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것을 용석에게 가르쳐줬다. 근로복지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온갖 차별을 다 받아온 용석은 그 아이들 앞에서 '차별에 대한 노예'가 될 수 없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당긴 것이었다.
2000년 근로복지공단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2002년 1월 계약직이 돼 노조에 가입하고, 광주본부장을 맡으며 쉴새없이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그. 그의 뒷모습을 열심히 쫓았지만 2003년 10월26일 전국노동자 비정규직 철폐대회가 가까워질 때는 차마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그의 분신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책장을 넘기는 일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이끌어낸 그의 분신을 건너뛰고서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었다.
그의 분신은 오히려 간결하게 처리됐다. 그가 분신을 앞에 두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파업을 앞두고 망설이고 있던 조합원들에게 그의 분신은 충격이었다. 그들의 분노가 하나로 뭉쳐 근로복지공단 점거를 위한 투쟁이 조직되고, 파업이 시작됐지만 '투쟁'이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조합원들은 그들의 동지였던 이용석을 떠올렸고,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을 버리고 나만, '우리만 함께 한다'라는 생각이면 반드시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중략)… 우린 정당하고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우린 꼭 승리할 것입니다."라는 그의 유서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찾았다.
이러한 어려움들을 이용석 열사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 사소한 일에 대한 관심, 약속의 이행, 기대의 명확화, 언행일치, 진지한 사과로 풀어나갔다. 이같은 글귀들은 이용석 열사가 그의 수첩에 신념처럼 써놓은 것들이었다.
조합원들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땡볕이 내리쬐는 8월, 화상을 입도록 8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노동부 앞에서 묵묵히 1인시위를 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리고 그는 비정규직 철폐를 입으로만 외치지 않고, 투쟁을 앞두고 망설이는 조합원들 앞에서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물속에만 사는 물고기는 바닷속이 세상의 전부인 줄만 알고 그 안에서 살다 죽는다. 그러나 날개 달린 물고기는 물을 박차고 나와 세상을 유영한다. 그 바깥 세상이 고난과 시련의 연속일지라도 날개 달린 물고기는 희망을 찾아 힘차게 날아다닌다. 그가 이용석 열사였다.
(이인휘 지음/삶이 보이는 창 펴냄/ 40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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