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는 희생·정직 상징인 양처럼
2015-12-28 박성국
막판으로 치닫는 여야의 쟁점법안 협상만 봐도 그렇습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연일 국회를 압박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요청했다고 하네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5일 정 의장을 만나기 전에 박 대통령이 전화를 한 것이죠. 정 의장은 법률적 근거가 없으니 여야 합의를 지켜봐 달라고 했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현 수석을 보내 재차 직권상정을 압박했습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이 이리 취급하니 국회 위상이 형편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입법·행정·사법 삼권분립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셈이죠.
박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격앙된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박 대통령은 23일 “국회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또다시 국회를 압박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낸 경제활성화법·5대 노동법안·북한인권법·테러방지법 등 9개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라는 얘기입니다. 벼랑 끝 협상에 나선 여야 지도부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죠. 협상은 조정과 타협의 과정입니다. 법안 내용이 수정되거나 일부 법안은 추후로 미뤄집니다. 박 대통령은 이런 과정을 생략하라고 윽박지른 겁니다.
이러니 답답해진 야당은 여당에게 "청와대만 바라보지 말고 정치집단으로서 자세를 가져라”고 성토합니다. 여야 지도부는 국민에게 성탄절 선물을 드리겠다고 공언했으나 박 대통령 탓에 공염불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노동계는 정부·여당이 발의한 노동 5대 법안을 한목소리로 반대합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24일간 옥중단식을 전개했습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입니다.
노동계는 정부·여당이 낸 법안을 노동개악법으로 규정합니다. 한국노총은 23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국회가 노동법안을 강행처리하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연말 노정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입니다.
날치기 노동법안에 반대해 양대 노총이 총파업을 벌인 96~97년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노동법안을 두고 사달이 일어났으니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법안 가운데 논의가 농익은 것은 합의 처리하되 설익은 것은 추후로 미루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노동법안 졸속 처리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동 5대 법안은 노동자·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여야는 양의 해 끄트머리라도 가던 길을 되돌아올 정도로 우직한 정직성을 보여 주길 바랍니다.
노사정 독자 여러분! 올 한 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세밑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6년 병신년에는 바라는 모든 일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