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로만 운동하던 시대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대립과 갈등 속에도 대화는 있고, 대화는 새로운 대안을 찾는 연장선에 있는 것이지요. 갈등을 해결하고 새 길을 모색하는 사회통합운동, 대안적 갈등해결운동이 이제부터 제가 가려는 길입니다."
이수호(62·사진)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올해 7월로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임기를 마치고 한국갈등해결센터라는 새로운 곳에 출근했다. 그의 새 직책은 센터 상임이사다. 그는 6일 서울 양재동 소재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하면서 "노동·시민운동을 했던 연장선에서 갈등해결이라는 대안운동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식과 인성 가르쳤던 교육인

이 전 위원장은 교사 시절인 70년대부터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도 상담심리학을 별도로 공부해 상담 교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두 가지, 지식과 인성"이라며 "국어 교사로서 지식을 가르치면서 상담 교사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고 자라나길 기대하고 노력했던 시절이었다. 갈등해결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그 시절의 경험은 좋은 자양분이 됐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갈등해결과 조직 통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고민을 했고,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함께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고 했지요. 내가 포기하던지 상대방을 설득하던지 새로운 대안을 만들던지. 모두가 갈등해결의 한 과정이었겠지요."

대화라는 새로운 무기 필요

그는 2001년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을 거쳐 2004년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민주노총 위원장직을 제안 받으면서 사회적 대화 복원과 민주노총 내 정파갈등 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마음속에 품었다고 했다.

패권적이고 억압적인 시대였던 80~90년대 노동운동은 대립과 투쟁 속에서 스스로의 힘을 길렀고 사회를 변화시켰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사회의 한 세력으로 성장하고 인정받기 시작한 2000년대에는 대립과 투쟁 외에도 대화라는 새로운 싸움 방식이 필요했다는 것이 당시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그의 신념이다.

민주노조운동이 성장하면서 정파 갈등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불거졌다. 그는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제안했던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위원회 복귀 논란으로 점철되면서 무산됐다. 민주노총 내 정파갈등 문제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난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목표 잃지 않고 새로운 대안 찾을 것”

그는 지난 7월부터 센터에서 일했다. 센터는 오는 14일 공식 창립할 예정이지만 7월에 발기인 대회를 열고 벌써 활동을 시작한 상태다.
그는 "한국 사회가 급변하면서 대립과 갈등은 많아졌지만 그것을 풀려는 사회적 인식과 방법론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고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갈등은 노동과 자본뿐만 아니라 노동과 시민운동 사이에도, 노동 내에도, 가족이나 개인 간에도 불거질 수 있는 문제다.

갈등 당사자 다수가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해결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갈등해결은 하나의 전문적 영역"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노동계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화기법이나 갈등해결에 대한 교육·심리적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는 “이제 그런 것들에 대한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듯 말했다.

그는 "대화든 투쟁이든 어떤 방식을 택하든, 결국 저나 민주노총이 가야 할 길은 노동자·서민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 목표를 잃지 않는다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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