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 2008년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상대로 실시한 감사는 당시 한국타이어 직업병 발병 사태와 그해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가 계기가 됐다. 두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산업재해를 은폐했고, 관할 지방노동관서가 지도·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것이 일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0년 현재 당시 감사원에서 지적한 내용은 제대로 개선됐을까. 노동부의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사고성 재해자수는 올해 1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4월 말 현재 2만7천6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이 무려 7.4%나 된다. 과거 3년간 같은 기간 평균 증가율(1.2%)의 6배를 웃돈다.

노동부는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지난 7일부터 9월14일까지를 ‘사고성 재해감소 100일 집중기간’으로 설정했다. 산재취약 사업장에 대해 점검·교육과 재해예방을 독려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부는 100일 집중기간 중 검찰과 함께 1만개 사업장을 합동점검하고, 사업장 1만2천500곳을 순회점검한다. 총 3만2천500곳을 대상으로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것이 노동부의 계획이다.

올해도 '물량 위주' 점검 우려

노동부는 특히 집중계획의 핵심인 검찰 합동점검 대상 사업장을 지난해 1천곳에서 올해 10배 늘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노동부의 재해감소 집중계획은 물량(건수) 위주 점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감사원은 이미 2008년 감사에서 “노동부가 점검 사업장 수 및 지적 건수 위주로 지방노동관서 산업안전보건부문 성과평가 지표를 설정해 운용했다”며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항만을 반복 지적하는 등 실효성 없는 점검을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특히 지방노동관서에서 단시간에 많은 사업장을 점검하는 등 목표물량을 채우기 위한 점검이 되지 않도록 점검목표 사업장수를 과다하게 책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일정 비율 이상의 점검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해당 지방노동관서를 감점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사고성 재해를 감소시키겠다며 3만개가 넘는 사업장을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물의 일으켜도 삼성은 특별감독 '면제'

감사원은 2008년 감사에서 “작업환경이 특히 불량하거나 안전관리가 소홀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일으킬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논란이 된 한국타이어 때문이었다.

감사원은 당시 한국타이어에 대한 노동부의 감독과 관련해 “기본자료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건강진단결과 사후관리 실태 점검을 태만히 수행했다”며 “근로자 집단사망 사건을 처리하면서 타당한 사유 없이 특별감독을 유보해 문제를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한국타이어와 마찬가지로 노동자 집단 직업병 발병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삼성반도체 직업성암 발병 사건도 예외는 아니다. 당시 감사에서는 삼성반도체가 거론되지 않았지만 '작업환경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감독 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 노동부는 그러나 한국타이어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삼성반도체 공장에 대해서는 특별감독을 하지 않았다.

총체적 부실 인정, 그래도 지방이양?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보면 노동부와 지방노동관서들은 산업안전보건업무에 있어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다.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산업안전보건업무 역량을 쌓은 노동부와 지방노동관서조차 산업안전보건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일부 기능과 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겠다고 결정했다. 산업안전보건업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철학을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자기사] 한국타이어 집단 직업병 발병 '예고된 참사'

감사원의 노동부 감사 내용을 보면 한국타이어 집단 직업병 발병사태는 예고된 참사였다. 지방노동관서는 사업주로부터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진단결과를 보고받았을 때 질병 유소견자에 대한 사후관리 여부를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결과에 따르면 대전지방노동청은 지난 2005년 11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 특별점검’을 할 당시, 노동자에 대한 사후관리 조치를 하지 않는 사례가 70건이 발견됐는데도 사업장 보건관리자의 “잘 관리하고 있다”는 말만 듣고 실제 사후관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2006년 6월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 대한 검찰합동점검을 실시할 때는 건강진단 결과 의사 소견에 따른 노동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사례 19건과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사례 29건이 적발됐다. 그럼에도 대전지방노동청은 노동자 건강진단 결과 사후조치에 관한 서류나 근태자료 등 기본서류조차 확인하지 않고 모두 "적정하다"고 보고했다.
놀라운 점은 노조가 노동부에 특별감독 유보를 요청했다는 대목이다. 감사 내용에 따르면 2007년 8월 한 일간지에 한국타이어 3개 사업장에서 최근 1년간 8명의 직원이 돌연사 등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대전지방노동청은 이들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 실시계획을 세워 회사측에 통보했다.
그런데 같은달 이 회사 노조위원장과 한국노총 대전광역시지역본부 의장이 대전지방노동청을 방문했고, 다음날 문서를 보내 “위 회사에서 노사자율 재해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같은해 8월23일 체결한 임금조정 및 단체협약에 따라 같은해 8월29일 노사합동 안전보건 특별팀을 구성해 노사자율 점검을 하겠다”며 특별감독 실시 유보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당시 특별감독을 부당하게 유보한 당시 대전지방노동청장과 노동청 담당 사무관을 징계처분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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