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권은 '원천봉쇄'…해고는 '자유'

한미행정협정(SOFA)의 노무규정(제17조)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규제하는 등 사용자인 미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있다.

한미행정협정의 노무조항뿐 아니라, 주한미군노조와 미군이 맺은 단체협약, 개별 노동자들의 임금, 산재처리 등을 담은 인사규정 등에도 불평등한 규정은 산재해 있다.

▲합의의사록 제17조 2항엔 '군사상 필요'에 따르면 어느 때든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돼있다. 사실상 '군사상 필요'라는 이유만 내세운다면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한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27조 12항에 배치된다.

▲협정 제15조 3항에는 주한미군과 계약을 맺고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사람과 법인도 고용조건 및 법인의 면허와 등록에 관한 대한민국 법령의 적용을 면제받는다고 돼있다.

▲협정 제17조 제4항에는 '고용원 단체나 고용원은 쟁의가 한미합동위원회에 회부된 후 적어도 70일의 냉각기간을 갖는다'고 명시돼있다. 70일 동안이나 냉각기간은 둔 것은 사실상 단체행동을 금지한 것과 같다.

▲협정 제17조 제4항에는 '합동위원회는 신속한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는 확증 아래, 그 쟁의를 해결한다. 합동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을 가진다'고 돼있다. 그런데 한미합동위원회는 한국의 정부대표와 미군측 대표로 이뤄지고, 산하 특별위원회 역시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 동수 대표로 구성돼 있어, 한국인 노동자 대표의 참여는 원천 봉쇄돼있는 것이다.

이런 협정의 노무 관련 조항들 뿐 아니라 미군측과 용역계약을 맺는 한국회사의 계약서 작성 근거인 미국 연방조달규칙(연방획득규칙, FAR) 역시 한국쪽이 일방적으로 불평등하게 돼있다. 계약 하나라도 어길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것은 물론, 작업방해 등 파괴적인 행동과 관련한 어떠한 정보라도 이에 대한 기밀보고서를 계약담당관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연방획득규칙에 따라 체결된 계약의 효력 및 해석과 모든 권리와 의무는 미국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방획득규칙 Part 52 4327조)

한미행정협정의 불평등성은 미국이 필리핀과 체결한 협정과 비교해 봐도 극명히 드러난다.

미국과 필리핀 정부간에 맺은 행정협정의 일부인 고용협정에는 미국 군대는 근로자의 신분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과 필리핀 주둔 미군이 고용하는 필리핀 근로자들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가진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현재의 한미행정협정(SOFA, 한미행협)은 지난 91년에 개정된 것으로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한미행정협정은 본문과 부속문서인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등 3개의 문서로 이뤄져 있으며, 3개 문서는 또 31개조와 각 조에 따른 수십개의 조항들로 구성돼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