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얼굴’로 불리는 콜센터는 90년대 초반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대고객서비스의 중요성과 비용절감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90년대 말부터 크게 성장했다.
콜센터산업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화상대화가 가능한 3G휴대폰·인터넷 화상채팅을 이용해 화상상담을 제공하거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문자 상담·인터넷채팅 상담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콜센터는 가장 저렴하게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비대면 채널로 인식되면서 현재 거의 모든 산업에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콜센터산업 전체의 규모와 종사자 등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컨택센터협회·한국콜센터산업정보연구소 등에서 회원 가입업체 등을 근거로 추정치를 발표하지만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다. 다만 지난 2004년 한국콜센터산업정보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업체와 종사자는 각각 2천500개, 33만명이다. 한국컨택센터협회에 따르면 같은해 지식경제부에 신고한 업체만 3만5천개로, 약 60만~80만명이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하는 일시적인 업체까지 감안하면 약 100만명이 콜센터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망 피해 가는 콜센터 ‘외주화 바람’

고려대 노동대학원 노사관계학과 유기종(47)씨가 이달 발표한 석사논문 ‘금융기관 콜센터 근로자의 고충처리에 관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저비용 전략의 핵심에 있는 콜센터는 최근 단순한 비용절감의 효과 외에 ‘고용유연성 확보’라는 기업의 경영방침의 선봉에 있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법이 발효된 이후 각 기업들은 인력운용상 고용유연성 확보의 한 방편으로 파견·도급을 통한 고용 유연성 확보를 모색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콜센터라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직영콜센터는 9.2%, 외주용역콜센터는 60.9%가 정규직 사원이다.<표1 참조> 그런데 외주용역콜센터의 경우 업무를 수탁한 회사 자체 내에서는 정규직이지만, 분류상 간접고용에 해당된다. 즉 전체 고용인원의 93% 정도가 비정규직인 셈이다. 최근 콜센터 노동자는 계약직도 아닌 파견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인 하우스(In-house) 또는 풀 아웃소싱(Full Outsourcing) 형태로 외주화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인 하우스 아웃소싱(In-house outsourcing)은 모든 설비·시스템을 직영으로 갖춘 회사가 특정 업무만을 도급해 업무수탁회사의 직원이 해당 업무위탁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풀 아웃소싱(Full outsourcing)은 설비와 시스템 자체를 외부수탁회사가 모두 갖추고 위탁회사에서 위탁한 특정업무를 제3의 회사가 도급으로 수행하는 형태다.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콜센터업무를 수탁·수행하는 주요 전문회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최근 효성ITX(주) 등 대기업도 콜센터 업계에 진출해 있다. 업체들의 주요 사업을 보면 아웃소싱과 인재파견이 대부분이다. 유기종씨는 이에 대해 “단시간 근로자의 2년 이상 연속고용이라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기간의 제한과 차별처우 금지의 대안으로 아웃소싱이 선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노동감시, 실시간 업무평가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업무통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우선 대부분의 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콜’의 수행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특정부문의 대기 콜이 많아지면 상담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장소에 설치돼 있는 경광등 또는 실시간 모니터링 화면을 통해 대기 콜 현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돼 빠른 시간 안에 콜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동적으로 독려한다.
예컨대 경광등에는 거리의 신호등처럼 정상적인 경우 ‘파란불’, 일정수준 이상의 콜이 밀려 주의를 요구하는 경우 ‘노란불’, 위험수준 이상의 경우는 ‘빨간불’ 신호등이 표시된다. 콜센터 노동자가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다.

또한 적지 않은 콜센터에서 고객의 소리(VOC) 등을 통해 고객의 불만을 별도로 접수하는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불친절하거나 업무가 부정확하면 생길 수 있는 고객 불편 등은 모두 집계돼 관리된다. 관리자들은 이 자료를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컴퓨터에서 상담원들의 업무시간을 관리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상담원은 1개의 콜을 수행하고 나서 해당고객과의 상담내용을 전산에 기록하고 저장한다. 다음 콜을 수행할 때까지의 시간을 1분으로 사전에 지정하면, 1콜 종료 후 다음 콜이 전산에서 자동 배분될 때까지 1분의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를 30초로 단축하면 상담원은 30초 이내에 앞의 통화내용에 대해 전산에 기록·저장하고 다음 콜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결국 모니터링 평가결과는 녹취를 통한 사후 모니터링 평가에 따라 개인별로 평가·기록·관리된다. 이는 콜센터 노동자의 인사평가나 급여에도 영향을 미친다.

 


언어폭력·성희롱으로 고통받는 콜센터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들은 작업장 감시 문제 이외에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표2 참조>
유씨가 3월2일부터 2주간 금융기관 5곳의 콜센터 노동자 22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설문에 전체 응답자의 93.2%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1일 1회 이상 경험한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17.9%에 달했다. 응답자의 72.6%는 ‘1주 1회 이상 언어폭력을 경험한다’고 답해 콜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언어폭력이 일반화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상담업무 중 고객으로부터 성적 모욕감을 유발하는 성희롱적 언사를 경험한 응답자도 전체의 40%에 달했다. 이 가운데 3.1%는 1일 1회 이상 성희롱적 언사를 경험한다고 밝혔고, 1주 1회 이상 경험한다고 답한 노동자의 누계비율이 17.9%로 조사됐다.

하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이 언어폭력·성희롱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언어폭력을 당할 때 대처방안을 보면, 대다수가 고객이 그만둘 때까지 기다리거나(32.7%),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56.5%)고 응답했다. 전체의 89.2%에 달하는 높은 숫자가 무방비로 고객에게 욕설을 참고 듣는 소극적 대처방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객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주의를 촉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방식은 3.6%에 불과했다. 불만전문상담직원에게 연결하는 등 시스템적인 응대는 5.8%에 그쳤다.

성희롱의 경우 욕설 등 언어폭력을 당할 때와 비교해 적극적인 대처가 소폭 증가했다. 그럼에도 고객이 그만둘 때까지 기다린다거나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고 응답한 상담원이 71.6%나 됐다.

‘공동 노사협의회’ 구성해야

한국노동연구원의 2006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100명 이상의 콜센터 중 노사협의회를 운영하는 콜센터는 전체의 23.4%에 불과했다. 상담원 대상의 고충처리절차를 시행하는 콜센터는 전체의 79.4%로 나타났지만, 대부분 개별적인 채널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유씨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처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동 노사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협력업체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사용사업주가 공동으로 협의회를 꾸리는 방식이다. 그는 이어 “도급·파견 노동자가 노사협의회에 참여할 수 없더라도 별도의 경로를 통해 실질적인 사용사업주와 갖는 노사협의회 참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용사업주의 노사협의회 안건 중 사용사업주의 업무 또는 업무환경과 관련한 안건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의 노사협의회에 자동적으로 제출·협의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씨는 “사용사업주는 노사협의회에서 협의·의결된 사항을 파견계약 또는 도급계약을 갱신할 때 반영해야 한다”며 “고용사업주가 계약의 연장·갱신 중지 등의 불이익을 염려해 파견·도급된 종업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그들의 고충처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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