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산업재해율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 2007년 이후 3년간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노동자가 모두 1만4천419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이달 초 발표했다. 이 가운데 305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공단은 한국산업안전연구원과 함께 올해 4월부터 이주노동자의 산재 원인과 개선방안을 조사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체의 3D(Difficult·Dirty·Dangerous) 업종에서 일하는 만큼 대체로 산재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권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산재율, 해마다 늘어

공단은 지난 4일 내놓은 통계에서 2007년부터 3년간 산업재해를 당하는 이주노동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연도별 재해자는 2007년 3천967명에서 2008년 5천221명으로 급증했고, 2009년 5천231명에 달했다. 사망자는 2007년 87명, 2008년 117명, 2009년 101명이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법무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09년 국내 체류 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수는 2007년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지난해 말 현재 116만8천명에 이르렀다. 국내 체류 외국인 가운데 절반 수준인 56만5천898여명이 이주노동자다. 이들 가운데 52만5천200명(92.8%)이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단순 기능인력이었다. 이주노동자수는 2007년 말 기준 47만6천179명에서 2008년 말 54만8천553명으로 증가하는 등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와 공단이 각각 밝힌 이주노동자수와 산업재해자수를 통해 이들의 산재율을 단순계산해 보면, 2007년 0.83%, 2008년 0.95%, 2009년 0.93%다. 2008년 이후 0.9%대를 넘어선 것이다. 물론 국내 전체 산재율(0.72%)에 비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재 사실이 숨겨지거나 신고 자체가 어려운 불법체류자가 당하는 산재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실태조사 등 대책 마련

공단이 최근 각 기관과 이주노동자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유다. 공단은 지난 4일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현황을 발표하면서 이주노동자 취업교육을 담당하는 산업인력공단·국제노동협력원·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대한건설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6개 기관과 '외국인근로자 재해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단은 이들 기관에 산업재해를 교육할 전문강사를 지원하고 업종별 안전보건 교육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전 교육을 통해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공단은 이 밖에 중국·베트남·필리핀 등 10개 국어로 작성된 산업안전자료와 위험유형별 안전표지를 제작해 현장에 배포하고 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과 건강보호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전국 2천여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조사에 착수한 연구원은 이주노동자의 △작업환경과 작업상황 △업무상 사고와 직업병 경험유무 △건강의료기관 이용실태 △안전보건교육 실태 등을 내용을 조사해 올해 11월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를 담당하는 이관형 안전경영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힘든 일에 종사하면서 안전보건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기업에서 일하는 만큼 산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연구 결과로 증명된 적은 없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실태와 원인을 밝히고 개선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단체 등 유관시민단체와 연계 필요

공단과 연구원은 2008년에도 비슷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산업안전보건 관리가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화적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형사고보다는 사업장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산재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장 내 안전시설 확충과 사전 안전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공단과 연구원이 2008년 발표한 '이주노동자의 건강실태 및 건강관리 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노동자 8천648명 가운데 약 85% 정도가 50인 미만(5인 미만 30%, 5~49인 55%) 사업장에서 일한 노동자로 확인됐다.

산업재해 유형별로는 감김이나 끼임이 전체 재해의 절반 정도(2004년 50.4%·2005년 48.7%·2006년 48.8%)를 차지했다. 절단과 추락도 각각 11%와 9%를 차지해 감김·끼임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화재나 폭발과 같은 대형사고에 의한 산재는 각각 0.9%와 0.8%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주노동자들의 산재가 대형사고보다는 일상적인 노동활동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상질병에서는 스트레스와 관련한 뇌심혈관질환 등이 84%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근골격계질환과 같은 직업병은 15% 정도에 머물렀다. 연구원은 당시 조사결과 발표에서 "언어 측면에서의 의사소통 어려움과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차별 등 노동환경에 관한 근본적 조건 개선이 우선 요구된다"며 "산업안전보건 제도도 이러한 특수 환경을 고려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 실태조사에 나선 이관형 연구위원도 “산재 문제는 발생 이후의 처리 과정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을 위한 안전설비 확충이나 교육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이주노동자들이 국내 공식기관보다는 외국인노동자단체와 같은 시민단체를 더 많이 찾는 만큼 이들 단체와 연관된 산업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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