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찾아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쓰레기 집하장. ‘복합생활공간’을 표방하며 대규모로 들어선 가든파이브 건물과 탄천을 지나자 송파구 내 쓰레기를 모아 처리하는 쓰레기 집하장이 나왔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모이는 차고지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자 특유의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집하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각종 쓰레기 수거차량과 어지럽게 들어선 컨테이너 건물이었다. 송파구는 직영과 위탁업체 혼용체제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위탁업체는 최근 2개가 늘어 총 9개다. 컨테이너는 위탁업체 사무실과 환경미화원들이 사용하는 탈의실 겸 휴게실로 쓰이고 있었다. 위탁업체 한 곳당 고용인원은 20~30명 정도다.
 
한 업체의 샤워실을 둘러보니 수도꼭지가 3개 있었다. 30여명의 환경미화원이 한 번에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탈의실에는 옷을 보관하는 철제 캐비닛이 있었다. 그런데 1인당 캐비닛이 1개뿐이다. 일을 나갈 때는 입고 온 옷을 벗어 놓고 다시 퇴근할 때는 작업복을 걸어 두는 것이다. 평상복에 세균이 그대로 묻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창고에 가까운 컨테이너 탈의실

양낙주 공공노조 서울지역시설환경관리지부 송파지회장은 “캐비닛도 밖에서 주워 온 것”이라고 말했다. 캐비닛뿐만이 아니다. 컨테이너에 있는 신발장과 선반·세탁기도 환경미화원들이 청소를 하다 버려진 것들을 주워 온 것이었다.

다른 업체들의 시설을 살펴봤다. 한 업체의 탈의실은 다른 쓰레기 수거용품과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고, 바닥이 더러워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탈의실이라기보다는 창고에 가까웠다. 수도꼭지가 1개에 불과한 곳도 있었고, 심지어 샤워실 문이 투명한 곳도 있었다. 휴게실 문을 열면 샤워실 내부가 그대로 보이는 구조였다. 업체 관계자는 “남자들의 세계라 괜찮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송파구의 시설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다음날(30일) 오후 찾아간 서울 성북구 종암동 한 쓰레기 하치장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 이곳 역시 환경미화원의 휴게실은 컨테이너였다. 1층은 휴게실 겸 탈의실, 2층은 지부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컨테이너 1층 문 한쪽이 떨어지고 없다. 휴게실에 앉아 있던 한 노동자는 “문 한쪽이 떨어진 채로 지난 겨울을 보냈다”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낡아서 위태로워 보였다. 성북구는 음식·생활 쓰레기는 위탁업체가 처리하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재활용 쓰레기는 구에서 직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하치장의 샤워실은 휴게실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수도꼭지가 1개였다. 이 샤워실을 사용해야 하는 인원이 30명이 넘는데 수도꼭지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임정훈 민주연합노조 서울성북지부장은 “이 샤워실도 직영회사 소유인 데 빌려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위탁업체에는 샤워실이 없었던 것이다. 화장실은 밖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임 지부장은 “일하고 돌아와서 그냥 손만 씻고 집에 간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환경미화원들은 “일할 때보다 퇴근할 때가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환경미화원 30명, 수도꼭지 달랑 하나

일을 하고도 제대로 씻을 수 없다 보니 환경미화원의 몸은 온갖 세균으로부터 오염되고 있다. 지난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환경미화원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제곱센티미터 면적을 기준으로 환경미화원 바지에서는 9만1천700개, 소매 13만3천600개, 어깨 2천400개, 배 3만1천800개, 그리고 얼굴에서 719개의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이는 2007년이 서울대가 터미널 화장실 변기에서 발견한 박테리아 3천800개보다도 많다.

세균 감염뿐만 아니라 산업재해율도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높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5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영 사업장의 환경미화원 재해율(노동자 100명당 재해발생 비율)은 6.9%, 위탁업체는 16.8%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재해율(0.7%)에 비해 최소 10배에서 많게는 20배 이상 높은 것이다.

캠페인단 “위탁금지 조례 제정” 촉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업체와 민간업체 계약을 통해 대행하는 체제로 구분된다. 과거에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이 직영체제였으나 97년 외환위기 이후 민간 위탁이 점점 늘어났다. 환경부가 2008년 전국 지자체 중 215개 지역의 자료를 파악한 결과 157개(73%) 지자체에서 직영과 대행을 혼용해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고 있었고, 39개(18%) 지자체만이 전체 쓰레기를 직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경우 위탁업체는 쓰레기 처리비용을 쓰레기 종량제 봉투 판매대금으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용은 줄이고 장비나 시설을 개선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위탁업체는 종량제 봉투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환경미화원들을 위한 샤워실·탈의실과 노동조건 개선은 위탁업체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출범한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를’ 국민캠페인단은 각 지자체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무 민간위탁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캠페인단은 지역주민들에게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약속하는 후보를 찍어 달라”며 전국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동네를 지나가는 쓰레기 차량을 바라보며 코를 막기 전에 먼저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한 번쯤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6·2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지금, 어느 지역에서 가장 먼저 성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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