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한국공인노무사회가 새 회장을 맞았다. 과거 경선을 치른 적은 있지만 이번 같이 치열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채호일(51·사진) 후보가 낙승했다. 채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250표를 얻어 160표를 얻은 상대후보를 90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채 회장은 “노무사제도의 핵심인 대리권제도를 만든 장본인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고 대안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채 회장에 따르면 로스쿨제도 시행으로 노동법률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노무사제도의 핵심인 대리권제도가 자칫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그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국회·정부에서 활동한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가 20일 한국공인노무사회 사무실에서 채 회장을 만났다.

- 회장 선거가 유례없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상과 달리 낙승했는데.
“현재 노무사제도는 로스쿨제도 시행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회원 입장에서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공인노무사회가 튼튼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주기를 바랄 것이다. 노무사회를 잘 이끌, 경력 있고 믿을 만한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긴 시간동안 선거를 위한 준비가 아닌, 노무사제도에 대한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준비를 해 왔다.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상대후보보다 고민을 많이 했다.”

- 회장 선거에 나선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도전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는 과거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공인노무사제도 초창기에 노무사들은 서류작성 등 대행업무만 했다. 때문에 다른 자격사에 비해 지위가 낮았다. 88년에 이인제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있었는데, 당시는 6·29 선언 직후라 노사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때였다. ‘노동행정 전문가를 양성해 약자인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이 의원께 말씀드렸다. 노무사제도의 전면 개편을 건의한 것이다. 제도개선으로 근로감독관의 수준과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 의원 역시 ‘민주화’가 사회적 가치로 부각되고 있던 터라 노동행정 민주화를 의정활동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국회 노동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해 공인노무사법을 개정했다. 이때 도입된 게 대리권제도다. 착수금과 성공보수제도도 시행됐다. 대행과 대리는 엄청난 차이다. 그런데 로스쿨시대를 맞아 대리권제도가 위기를 맞았다. 대리권제도를 도입한 주체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지금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 로스쿨시대를 맞아 대리권제도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2012년이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 2천명 이상이 배출된다. 노동법 전문변호사들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는 노동법률시장에서 본격적인 대리권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인노무사들의 대리권을 수호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제도개편 국면에서 행정심판위원회(노동위원회나 산재심사위원회 등)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법원 설립시 소송대리권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 항상 대리권제도가 쟁점이 되는 것 같다.
“노동사건을 법원에서 다루는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지,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다루는 것이 좋은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법원은 당사자주의,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반면 노동위원회는 직권주의다. 약자인 근로자들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판단한다. 여기서 노무사의 대리권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과거 정치활동 경력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특정정당에 치우쳐 활동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과거 정치활동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공인노무사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의 관계, 국회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회장의 역량은 절대적이다. 국회에서 7년 동안 의원보좌관을 했고, 이인제 노동부장관 시절 정책보좌관으로 많은 역할을 했다. 정부입법이나 국회입법 과정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고, 이와 관련한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다. 특정정당에 치우치지 않겠냐는 우려는 기우다. 법·제도 개선을 위해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모든 인맥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모든 활동의 우선순위는 회장 역할이다.”

- 공인노무사회를 정치권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선거기간에도 많이 들었던 얘기다. 지금은 회장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대정부·대국회 활동을 활발히 하다가 기회가 온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자격사 단체들은 사회 각 분야에 많이 진출해 입법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노무사회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 제도적으로 튼튼하지 못한 원인도 이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큰 힘과 역량을 갖는 것을 회원들도 희망할 것이다. 다만 그것(정계 진출)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 둔다.”

- 임기 동안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노무사들의 수익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내년 4월부터 4대 보험 징수업무가 통합된다. 4대 보험은 공인노무사의 업무영역이다. 일본의 경우 사회보험과 관련해 노무사들이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4대 보험을 모두 담당하고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반쪽 역할만 해 왔다. 이제 통합된 만큼 이와 관련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공인노무사시험부터 사회보험법 등 4과목이 출제과목에 포함된다. 전문가들도 배출되는 만큼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가장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노무사회는 국가자격사 전문가단체다. 노사관계·노동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중요한 현안이 발생할 경우 의사결정을 통해 정리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다. 과거 벌어지는 논란에 소극적이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를 통해 전문가집단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야 회원들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노무사회의 역사가 25년이 넘었다. 그렇게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노무사회의 경우 노조측과 사용자측이 명확히 구분돼 있어 한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때문에 균형 있게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임원을 구성했다. 기수도 배려했다. 임금·산업재해 등 각종 전문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회원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전체 회원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 임기가 2년이다. 회장으로서 각오가 있다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비전을 어떻게 설계하고 계획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것이다. 언급했듯이 기반을 든든히 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비록 2년 임기이지만 100년 동안 영향을 미치는 틀을 만들 것이다. 회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할 것이다.”

[약력]
86~2004년 고려대 법과대 석·박사(노동법)
86년 한국공인노무사회 자격시험 합격(1기)
87~88년 공인노무사회 사무국장
88~95년 국회의원 정책보좌관(4급)
93년 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2003~2005년 한국공인노무사회 상임이사 겸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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