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이 선거연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연대해 지난달 ‘5+4’ 합의를 도출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노동계도 힘을 보탰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후보와 지역에서 합의된 후보에 대한 지지방침을 확정했다. ‘민주노동당 배타적지지’ 입장을 고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향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진보신당이 협상테이블을 이탈하고,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방식에 대한 잡음이 나오면서 ‘5+4’ 합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보진영의 공동행보가 계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5+4협의체’ 처음 정신 되살려야
허현무 민주노총 정치국장



 

민주노총은 지난달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을 서약하는 진보정당(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과 민주노총 지역본부·지역사회의 합의로 선출된 ‘반MB연대단일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또 민주노총은 ‘MB정권 심판’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뤄야 할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설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5개 야당과 4개 시민단체가 모인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한 ‘5+4 협의체’가 제대로 운영돼 MB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민주노총 입장에서도 중요하고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울산과 경남 같은 경우에는 벌써부터 지역사회와 노동계가 합의해 단일후보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우리 조직의 요구를 반영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로 한정하긴 했지만 지역사회가 합의한 단일후보를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다.
최근 MB정권이 노골적으로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것도 청와대-국회-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지는 핵심 권력을 모두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MB정권을 심판하면서 이러한 획일적 권력 구조에 균열을 내야 한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처음 ‘5+4 협의체’를 구성했던 의미를 되새기면서 지역별 단일후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국민의 염원에 부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좋은 결과 있을 것”
박석운 2010연대 운영위원



 

지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4월12일까지로 1차 협상시안을 정했고, 4월15일까지 최종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진보신당 탈퇴와 민주당의 비 인준 등 여러 가지 난관이 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잘 돼야 하지 않겠나. 일단은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4당이 개문발차(문을 열고 출발)하고 추후 진보신당이 탑승하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4당 간 의견이 많이 좁혀져 있다. 3월16일 합의안을 기준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방법에 있어서는 유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이 인준을 안 해 발생한 문제니까, 인준을 하면서 일부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지금 밝히기 어렵다.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당 간 협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다.
민주노총도 기존의 ‘민주노동당 배타적지지’를 확대하는 취지의 방침을 결정했는데, 이는 진보연대에 대한 강력한 요구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정권에게 총체적인 탄압을 받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진보정당 간 단결, 진보정치세력을 지지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간절한 몸부림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방침이 말로 끝나서는 안 되고 실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실천방안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연합, 상향식 원칙이 지켜져야”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학)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연합은 당연히 해야 한다. 누가 반론을 제기하겠나. 하지만 문제는 방법론과 시기다. 현실적으로 타이밍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다. 5+4 합의의 의미는 있지만 너무 늦게 준비를 시작했다. 개인들은 이미 선거 1년 전부터 후보출마를 준비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3월에서야 중앙에서 합의하고 지역에 강제한다면 얼마나 따라줄 수 있을까. 특히 현재 중앙당의 통제력이 과거처럼 강하지도 못하다. 야권이 연합해야 MB를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니 연합하긴 하는데 그것이 형식에 머무는 게 아닌가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상향식 원칙이다. 지역마다 사정은 물론 사람들의 성격도 성향도 다르다. 지역의 시민단체와 야당과의 관계도 다 다르다. 때문에 중앙에서 잘라서 강요하기엔 어폐가 있다.
진보연합의 경우도 선후가 바뀌었다. 어떻게 분당사태에 이르게 됐는지 다 알지 않나. 왜 헤어지게 됐는지 깊이 있는 분석과 대안에 대한 합의 없이 원론적으로 진보연합을 해야 한다고만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중앙에서 일시적 선언은 가능하나 지역에선 쉽지 않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지금부터라도 TF를 구성해 1년간 진보연합을 위한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작업을 해내야만 이후 총선과 대선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진보연합에 빠진 세 가지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4+4로는 부족하다. 세 가지가 없다. 첫째 민주당의 진정성이 없고, 둘째 진보신당이 없고, 셋째 시민참여가 없다. 민주당은 숫자만으로 제1야당이라는 환상에 빠져 애초 테이블의 주제인 ‘반MB’를 뒤로 제쳐두고 있다. 성추행범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우근민의 복당 파문, 광주시의회의 4인선거구 쪼개기 등은 민주당이 반MB보다 여전히 ‘숫자’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급기야 야권의 잠정합의안에 대해 승인을 거부하면서 민주당은 ‘멸종된 공룡’의 길을 걷고 말았다.
민주당은 ‘기득권 버리기’의 공포를 버려야 한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는 순간 당선자나 지역의회 의석수는 줄어들 수 있어도 반MB연대의 ‘1등 공신’이라는 더 큰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자신을 버려야 사는 운명이다. 버리지 않는다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최악의 결론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여기에 진보신당의 이탈은 결과적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한다’는 원성으로 오히려 ‘야권심판’을 당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진보신당은 고립적·유아독존적 태도를 버리고 테이블로 돌아와 MB심판의 길에 함께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참여’다. 동시에 이것이 4+4의 난제를 해결할 핵심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제3기구 시민참여경선’을 내놓은 바 있다. 상층만의 밀실 정치협상 보다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기득권도, 진보신당의 고립적 태도도 결국 ‘시민참여’라는 원칙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민주노동당은 이 가운데 유권자의 열의이자 노동현장의 요구인 이명박 심판을 실현하고 대거당선으로 진보집권의 교두보를 쌓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민주당과의 연합 ‘달콤한 독’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선거연합, 연합정치라는 화두가 올 초부터 남발했으나 그 실천적 귀결은 앙상하고 초라해지고 있다. 소위 4+4 논의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 결론이 무엇이든 4+4 혹은 5+4 협상과정의 여운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짙게 남을 것 같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민주당에 대한 판단 문제이다. 민주당은 현재 제1야당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집권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집권기간 중 신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진보·민중진영과 대립해온 세력이다.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전선에서는 연대할 수 있지만, 신자유주의 반대와 진보정치의 성장전략이라는 점에서는 견제와 대립의 대상이다. 이것이 ‘묻지마 연대’가 성립할 수 없는 실천적 근거다. 소수 진보정당이 거대 민주당을 ‘견인’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을 수용해도, 최소한 민주당의 상당한 정치적·정책적 변화가 없는 연합이라면 그것은 진보정치를 민주당 2중대로 전락시키는 것일 뿐이다. 정책연합이든 후보연합이든 그러한 정치적 전제를 담보할 수 없는 민주당과의 연합은 ‘달콤한 독’이다.
둘째, 진보정치의 연합 문제이다. 민주당과의 연합은 조건과 상황이 맞으면 가능한 ‘전술’의 문제이고, 진보정치의 연합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단결의 수준을 높여가야 하는 ‘전략’의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 일부 진보세력에게 민주당과의 연합이 최대의 가치이고 기준이며, 진보정당간의 연합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대연합과 진보정치대통합이라는 말이 일회성 레토릭이나 정치적 포장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진보진영의 선거연합은 1회성 실천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방선거 이후 단계적으로 진보연합의 조직적 정치적 수준을 높여나가는 과정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진보 정치세력과 진보 시민사회, 노동운동의 연합이 선행돼야 하며 이것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진보정치의 틀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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