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일)은 102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다. 1857년 미국 뉴욕시 방직·직물 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1859년 3월 이 여성들은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를 계기로 여성노동운동은 자본주의의 불합리에 맞서 왔다. 1910년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체트킨에 의해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한 ‘여성의 날’ 행사가 제안된 이후 1911년 3월19일에 독일·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처음으로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 행사가 개최된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87년 6월 항쟁을 기점으로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정치·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후 매년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기념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산업화시대 우리의 여성노동자들이 걸어온 삶과 그 결과물을 감히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최근 도로공사 ○○○영업소 사건을 해결하면서 오늘날 다수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을 조금이나마 목격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고민한 개선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도로공사는 전국 약 300곳의 톨게이트를 외주사업자를 통해 위탁경영하고 있다. 영업소 요금징수업무는 주로 여성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환경 역시 다른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임금을 받으면서, 장시간 밀폐공간에서 자동차 매연을 견디며 일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된 위 영업소는 지난해 12월 운영사업자가 바뀌었다. 새로 선정된 사업자는 기존 시설을 그대로 인수하고서도, 기존 근무자들의 경우 신규채용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조합 전 사무국장, ○○○영업소 지부장 등 조합원 6명을 포함해 전체 7명을 탈락시켰고, 대신 4명을 신규채용했다. 이에 노동조합과 조합원 6명은 사업자의 이와 같은 선별 채용은 사실상 부당해고이고, 노동조합을 혐오한 부당노동행위라 주장하며 두 달 넘게 싸웠다. 지부장과 사무국장은 약 25일간 단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도로공사의 적극적인 중재로 사건은 원만히 해결돼 가고 있다.

2000년 이전 도로공사는 대부분의 영업소를 직영으로 운영했었다. 그러다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 고용간주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영업소 전체를 외주화하기에 이른다. 비정규직법이 동일한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했을 경우에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도로공사의 영업소 운영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영업소에 근무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고용환경은 불안해지고 있다. 영업소 사업자들은 대부분 도로공사에서 퇴직한 자들로, 이들 중 다수는 영업소를 옮겨 다니며 몇 차례에 걸쳐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각 영업소는 도로공사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영업소 운영 전반을 관리·감독한다. 이러한 상황은 영업소 사업자의 신분만 소사장으로 바뀌었을 뿐 과거 도로공사가 영업소를 직접 운영할 때와 인적 구성에 있어 별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고속도로 영업소의 여성노동자들은 도로공사의 결정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씩 해 왔음에도 고용불안에 처하게 됐다. 노사 갈등이 계속되자 도로공사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도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미명으로 도로공사에 영업소 위탁경영을 독려한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위에서 보듯 비정규직법 개선의 주요 관심 중 하나는 외주화를 통한 탈법행위를 중단시키는 데 모아져야 한다. 고용간주 조항의 적용에 있어 사용자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있으나, 보다 현실적인 해결점은 노사 양측이 느끼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적극 수용하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외주화가 오히려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킴에도 정부의 정책과 관련 법을 이유로 외주화 정책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법과 관련한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국회와 정부가 현장 노사가 갖는 고민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도로공사는 현장분석을 거쳐 고속도로 관리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노사 모두로부터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지만 정작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금번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회와 정부가 영업소 노사에 운영에 관한 합리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요청한다면 전국 영업소 여성노동자들에게는 더없이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