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나 한 사람쯤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나 한 사람일지라도 참여하자’로 바뀌었습니다. 미약할지언정 나 한 명이라도 힘이 된다면, 옳다고 생각하는 집회에는 반드시 참여할 겁니다.”

MBC 인기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 아버지'로 나와 유명세를 탔던 배우 맹봉학(46·사진)씨.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그는 “촛불집회가 사회에 대해 방관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며“지금부터라도 후회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연극배우 출신인 맹씨는 영화 <왕의 남자>·<말아톤>·<괴물>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요즘은 드라마 <선덕여왕>·<천추태후> 등에 단역으로 등장한다. 맹씨는 "매년 두세 편씩 찍던 CF는 촛불 집회 참여 후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웃었다. 대신 그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된 촛불 연예인 1호가 됐다. 특히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영결식에서 사회를 맡아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여중생들이 경찰에게 폭력을 당하는데 어떻게 그냥 보고 있습니까. 그런 현장을 외면하고 멀리서 지켜만 보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민주화 항쟁 시절에 연극을 한다는 핑계로 방관하며 살았던 것이 죄책감으로 남아 있어요. 이제라도 살면서 받은 것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맹씨는 인터뷰를 하는 내내 ‘반성’과 ‘나눔’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촛불을 계기로 그의 발걸음은 용산참사 현장,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등 집회 현장으로 이어졌다.

“평택공장 집회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어요. 자기 밥그릇을 지켜야 하니까 이해는 됩니다. 그래도 나누는 데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맹씨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사이코드라마 연극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로 18년째다. 프로 배우의 출연이 드문 독립영화계에서도 그의 나눔은 두드러진다. 영화 학도와 독립영화 감독들은 ‘착한 아버지’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그를 찾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학생들은 지난 2006년 ‘맹봉학 특별전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맹씨는 앞으로 두 가지 목표가 있다고 했다. 영화 <대부>의 주인공 '알 파치노'처럼 선 굵은 연기를 하는 것과 집회 등 사회운동에 소신껏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1년 사이에 급감한 그의 방송 섭외건수가 보여 주듯이 연예인의 사회참여는 녹록지 않다. 어쩌면 모순된 목표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살아 보니까 참여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더군요. 제 활동이 그런 작은 계기가 되어 연예인도 사회적으로 발언하고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맹씨는 최근 논란이 된 배우 김민선씨 고소사건과 관련해 “연예인이 사회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민주주의이자 진정한 표현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우리’가 된다는 믿음으로 집회에 참여한다는 맹씨. 인터뷰를 마치고 길을 나서던 그는 기자에게 인사가 아닌 질문을 던졌다.
"오늘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하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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