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산업대 조복현 교수 " 은행대형화로 비용·이윤 효율성 얻기 힘들다 "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은 실제 국민경제에 보탬이 될까, 그렇지 않다면 어떤 문제점을 초래하게 될까.

'국민+주택'의 은행합병에 대한 금융노조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한국노총과 민중대회위원회의 후원으로 13일 오후 '금융개혁의 올바른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전산업대 조복현 교수(경제학)는 '국민, 주택은행 합병의 문제점과 대안'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예상되는 두 은행 합병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조교수는 우선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두 은행 합병을 통한 대형화만으로는 비용상 규모의 경제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복점포의 대량 폐쇄나 인력감축을 통해 비용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난 99년 국민과 주택은행의 판매비와 일반관리비가 영업비용의 각각 11.9%와 18.5%에 불과하고 인건비 비중 역시 7.8%와 12.4%에 그친 점을 볼 때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두 은행의 합병이 이윤을 증대시킬 것인가의 문제 역시 두 은행의 최근 3년간 평균 자산수익율이 두 은행 모두 0.2%대로 비슷하고, 합병이 두 은행의 완전한 화학적 융합으로 될 가능성이 희박하며 업무 차별성도 크지 않음을 볼 때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교수는 또 두 은행합병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의 측면에서도 기대보다는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은행의 합병이 영업지역의 확대를 통해 수신기반을 증대시키거나 서로 다른 이종산업간의 통합으로 업무다각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국제경쟁력을 향상시켜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두 은행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며 이 은행의 시장지배력 증대는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조교수는 지적했다.

또 소비자 측면에서 볼 때 두 은행의 합병은 규모의 대형화가 소액금융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만들어 중소기업이나 가계의 대출 감소 현상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화된 조직의 운용상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효율성 향상을 위해 다른 업무영역을 개척하려 할 경우 자연히 기존 소매금융에 대한 업무 비중을 낮추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사정과 관련, 조교수는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은 두 은행 당사자의 비용효율성이나 이윤효율성을 개선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이들 은행에 크게 의존해 오던 중소기업이나 가계의 은행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하거나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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