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6·수원 영통구)씨는 지난해부터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 속상하다. 3년 전 친척에게 빌린 돈과 1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를 한 채 마련했기 때문이다. 빨리 대출금을 갚고 노후를 대비해 집도 한 채 더 사고 싶지만 까마득하기만 하다. 속이 쓰린 김씨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로또를 구입하면서 행복한 상상에 젖어들기도 한다. 그는 “로또에 당첨돼 대출금부터 갚고 집과 차를 한 대 더 산 뒤, 부모님과 형제들에게도 집과 차를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에 대부분의 산업이 불황을 겪지만 ‘나홀로 호황’에 미소짓는 산업이나 상품도 있기 마련이다. 지출을 줄여 불황을 극복하거나 심리적으로나마 불황을 탈출하고 싶은 소비자들 때문이다. 또는 푼돈을 모아 대박을 터뜨리고 싶은 기대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연간 로또 판매량은 지난 2003년 3조8천31억원으로 최고점을 보였다가 매년 10~12%씩 감소, 2007년에는 2조2천678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연간 판매량이 2조2천680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마장과 카지노를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카지노 입장객 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평균 20% 이상 늘었다. 한국마사회의 2008년 매출도 지난해보다 13% 성장했다. 이른바 ‘불경기 대표 상품’들의 판매량도 급격히 늘어났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판매량은 전년보다 5.6% 증가한 1억1천613만9천 상자(상자당 360mL짜리 30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소주 판매량 증가율은 2006년 6.7%였다가 2007년 1.3%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제 불황과 맞물려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담배 판매량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남성 흡연율(40.9%)은 2000년 이후 처음 증가했고 담배 소비량은 946억 개비로 2007년(918억 개비)보다 3.1% 늘어났다. 서민 식품인 라면 소비도 늘었다. 훼미리마트가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전국 매장의 컵라면과 봉지라면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7.8%, 27.9% 증가했다. 불황이면 피임기구가 잘 팔린다는 통설도 통계에도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용 피임기구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0월은 17% 증가했고, 10월에는 23.7%가 증가하는 등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9년 2월2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