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이 일자리 나누기가 성립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노와 사 대화요구를 정부가 거부하고 있습니다.”
김유선(52·사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에 앞서 임금삭감부터 거론하고 있다”며 “다른 측면에서는 현재 시기를 이용해 미뤄뒀던 각종 노동관계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위기 상황에서 각 주체들의 고통분담으로 일자리를 나누자는 제안은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노동계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가 있는 한 중앙단위에서 논의구조가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중앙단위 협약이 일자리 나누기의 필수요소는 아니지만 ‘촉매제’ 역할은 할 수 있고, 중앙단위 협약의 성사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접근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위기 상황에서 일자리 대책은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기회에 임금을 깎아보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이 지난 22일 ‘경제위기 극복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구성을 제안한 상황에서 정부가 비정규직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노·사·정에서 제기된 일자리 나누기는 함축된 의미가 서로 다르다”며 “정부와 재계에서는 임금삭감을 노동계는 근무제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정의했다.
또 “일자리 나누기는 기업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 나누기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례에 맞게 적용 가능한 모델이 만들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산체제 속에서도 자금여력이 있는 현대자동차와 자생조차 쉽지 않은 쌍용차를 동일 선상에 둘 수 없다는 것. 이어 김 소장은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용대란기에는 생계보호대책과 실업대책을 확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책은 그런 시늉만 내고 있을 뿐 실효성 있는 정책은 없습니다.” 김 소장은 “정부가 한가롭게 비정규직법의 기간제 연장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실업급여나 안전망 확충 같은 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의 임금노동자 1천600만명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자는 900만명가량이다. 18개월이상 일해 실업급여가 적용되는 대상자는 600만명정도다.
김 소장은 “실업급여를 포함한 사회적안전망 구축에는 노동계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대폭 늘리고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9년 2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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