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남양지구 도시개발사업단지조성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건설노동자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매일노동뉴스>가 19일 오후 찾아간 고려대안산병원 장례식장. 장례식 1층에 마련된 사망자 최아무개(59)씨 빈소 앞에는 화성시청과 청안건설이 보낸 화환이 부서져 있었다.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직까지 회사나 화성시청에서 아무도 얼굴을 안 비췄습니다. 와서 무릎꿇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이게 말이 됩니까.”
건설현장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최씨는 사고 당일 오후 5시30분께 발견됐다. 사망자 가운데 유일하게 휴대전화 신호음이 울려 가족들은 끝까지 살아있기를 기도했지만 최씨는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이 많이 훼손돼 유가족들도 일부만 확인한 상태다.
“유품으로 휴대전화를 받았어요. 아버지는 항상 휴대전화를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셨어요. 얼마나 크게 다치셨으면 휴대전화에서 피가 다 스며나왔겠어요.”
최씨의 딸은 “하루아침에 아버지의 사지가 잘려나가 돌아가신 심정을 당사자가 아니면 어떻게 알겠냐”며 “지금 당장 공사 책임자가 오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판교 붕괴사고 3개월 만에 또 대형사고

18일 사고는 올해 2월 판교 SK케미칼신축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3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8명이 다친 이후 꼭 3개월 만에 발생했다. 현재 경기도 화성서부경찰서와 노동부·산업안전보건공단은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지질공사를 제대로 했는지, 설계도면대로 시공을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무너진 절개지는 암반이 도로 쪽으로 절리가 있고 많이 깨져 있는데다 중간에 점토가 있어 붕괴에 취약했다”며 “지질조사 부실이 사고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공사현장은 화성시청이 발주하고 태평양개발이 원청, 청안건설이 하청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곳이다. 사고 다음날 찾아간 현장을 2차 붕괴위험이 있어 보였다. 사고현장에는 두 명의 노동자들이 경비를 서고 있을 뿐이었다. 사고 암벽은 계단식으로 깎여 있었지만 70도 정도의 급경사였다. 노동부는 사고 당일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굴착공사표준안전작업지침에 따르면 사업주는 기본적인 토질의 지형·지질·지층·지하수·용수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 지하수 유입에 대한 대책과 함께 용수 등의 유입수가 있는 경우 반드시 배수시설을 한 뒤에 작업을 해야 한다. 굴착면이 높을 경우 계단식으로 굴착하고 소단의 폭은 수평거리 2미터 정도로 해야 한다. 작업지침에 나와 있는 토석붕괴의 원인에는 사면의 경사와 기울기의 변화, 지하수 침투에 의한 토사 중량의 증가 등이 있다.

"공기 서두르다 사고 불렀나"

태평양개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공사는 2월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초 고려산업개발과 공동으로 발주를 받았지만 고려산업개발이 빠지고 태평양개발이 단독으로 공사를 수행해 왔다. 그런데 해당 현장의 완공 목표시점은 지난해 12월이었다. 건설업체가 공사를 서두르다 안전수칙을 소홀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판교 붕괴사고에 이어 대형 붕괴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사업장 안전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노동부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해당 현장이 화성시청이 발주한 공공공사 현장이라는 점에서 노동부와 경찰의 조사 결과 불법하도급이나 안전수칙위반 등의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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