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노사정위원회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연기 합의는우리 노동계의 현실과 취약점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일단 이번 합의로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5년 동안 보장받고, 특히 그동안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했던 97년 뒤 설립 노조의전임자 임금 지급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경영계는 노조 전임자 임금을 내줌으로써 역시 골치거리던 복수노조 허용과그에 따른 교섭창구 문제를 5년 뒤로 넘기는 대가를 얻었다. 정부도 교섭창구단일화를 둘러싸고 지지부진했던 논의를 한동안 쉴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노사정위는 4대 제도개선 과제 가운데 두 가지를 묶어서처리하는 묘수를 발휘함으로써 성가를 높였다. 그러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못하고 시행 연기를 선택해 다음 정부와 후임자에게 떠넘기는 한계를 드러내기도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비판도 지지도 하지 못하는 엉거주춤한 자세를취하고 있다. 왜냐하면 노조 전임자 임금을 소속 노동자의 조합비가 아닌 사용자의돈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노동계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내부 반발을 의식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2월 안에 해결해야한다는 강박속에서 합의를 서둘렀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도 노조 전임자임금과 복수노조를 맞바꾸는 상황을 막아내지 못함으로써 소외된 노동자들 문제에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복수노조 허용은 지난 97년 법이 제정된 뒤 10년간 시행이 연기되는 기현상을빚게 됐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유령노조로 인해 노조를 건설하지 못한 삼성 등일부 대기업 노동자들과 노조민주화 투쟁을 벌여온 철도, 한국전력 등 일부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삼성그룹해고자 원직복직투쟁위원회의 김성환 의장은 “이미 삼성에서는 일부사원들을 노무사로 길러내는 등 복수노조 건설에 대비해 왔다”며 “이제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삼성 등 대기업 소속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싸워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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