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10시 충남 아산에 있는 금속노조 엠시트지회. 대전·충남 지역의 노조 노동안전보건활동가 1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교육실장의 지도에 따라 현장의 위험지도를 그리는 법을 배웠다. 오후에는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위험지도를 그리는 실습에 들어갔다.
 
활동가들은 조별 발표를 통해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각종 자재 때문에 작업자 공간이 전반적으로 협소하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 김신범 교육실장은 “강의보다는 실습 위주로 교육을 진행해 활동가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교육은 27일 민주노총 부산본부에서 대전·충남 이남권 활동가 20여명을 상대로 똑같이 진행됐다. 활동가들에게는 자신이 속한 사업장의 위험지도를 그려오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금속노조, 본격적으로 활동가 양성

금속노조가 소규모사업장 노안활동가 양성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금속 노사는 산별교섭을 통해 100인 이하 사업장의 안전보건활동가들에게 월 16시간의 활동시간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 달 동안 이틀간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것이다. 이번 사업은 2007년 금속노조가 처음으로 실시한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실태조사 당시 조합원들은 무엇보다 비정규 영세지회의 노동자 건강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앙교섭과 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노조는 2월부터 집행부 임기가 끝나는 9월까지 월 1회 8시간씩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한다. 나머지 하루는 활동가들이 현장순회에 나선다. 금속노조는 지난해에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소규모사업장 노안활동가 교육사업을 진행했다. 100인 이하 사업장을 중심으로 8개 지역을 돌며 하루 동안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하루 교육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지난해 산별교섭을 통해 교육시간을 확보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노안활동가들은 △사업장 위험지도 그리기 실습 △조합원의 안전보건 요구를 이해하기 위한 설문지 작성 △조합원 면담 △현장안전진단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작업환경개선단’ 사업장 환경개선 나서

소규모사업장 노안활동가 양성사업과 함께 금속노조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작업환경개선단 사업’이다. 활동가들이 사업장 안전보건 유해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직접 제거하기 위해 대책활동을 전개한다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산재를 미리 예방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노조는 이를 위해 노안간부와 대의원 등 현장활동가를 중심으로 19개 지부별로 5~10명의 작업환경개선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개선단은 총괄책임자인 단장과 단원으로 구성되는데 활동은 조합의 지원하에 지부의 계획에 따라 운영된다. 1단계로 3월까지 조직을 마치고 교육훈련을 거쳐 5월까지 순회 안전점검, 6월까지 개선활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안영태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개선단이 지부의 어떤 사업장이든 출입을 가능하게 해서 기계설비 안전장치 등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사업주가 개선하고 안 하고 여부를 고소·고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업주가 협조만 해 준다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조선사업장 첫 석면실태조사

건설업과 함께 석면을 가장 많이 사용했던 조선업 사업장에 대한 석면대책 마련사업도 빠뜨릴 수 없다. 한진중공업에서는 3명의 석면폐암환자와 1명의 석면폐증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수리조선 사업을 진행했던 현대미포조선에서 상당수의 석면 피해노동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조선업이 호황기를 누린 98년에서 200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석면 취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자유로웠기 때문에 저가 수주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제조된 선박에서 석면이 다량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면은 몸속에 들어간 후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기 때문에 향후 조선소에서 폐암 등의 피해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는 조선분과를 중심으로 석면사용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사업장의 석면사용 실태를 정리하고 전·현직 노동자들의 석면 노출 실태를 파악해 발병자 치료와 보상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추가적인 석면 노출을 방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지난 2월부터 조선소 노조들은 창사 이래 현재까지 사용해 온 석면사용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석면이 많이 쓰인 기관(엔진룸)·선실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향후 석면 취급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석면에 노출된 지 10년 이상된 노동자들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 밖에 △피해자·의심자 건강검진 △특수건강진단 추가 항목 확보 △정년퇴직자 피해조사△석면관련 기금조성과 보상대책 마련 △석면철거 대책 등의 사업을 할 예정이다.

화섬노조와 공동사업 진행

화섬노조와 제조산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금속노조는 올해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도 공동사업을 진행한다. 첫 사업으로 지난 19~20일 충북 진천청소년수련원에서 ‘금속·화섬 노동안전보건활동가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올해 상반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의 주요 이슈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산재 불승인 문제와 노동안전보건 지역공동활동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2009년 4월1일>
 

 

【인터뷰】안영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노동안전사업, 보상에서 예방으로”
 
사업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려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90년대 초반 이야기다. 당시 노조들은 노동자들의 산재 보상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조업 사업장 노조들은 점차 보상에서 예방으로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만난 안영태(48)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제 노조가 보상에서 예방으로 노동안전사업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노안실은 예방사업에 주력해 왔다. 소규모사업장의 노안활동가 양성 프로그램과 작업환경개선단 사업 등은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추진하는 것들이다.
지난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실태조사를 벌인 노조는 후속작업으로 현장정착 사업을 벌여야 하지만 경제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 산하 240여개 사업장 중 170여개 사업장에서 조업을 단축한 상태다. 안 실장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현장의 사정이 워낙 어렵다 보니 노안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산하 사업장 가운데 현대·기아·GM대우차 등 완성차 하청업체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안 실장은 “하청업체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청인 대기업이 직접 실태조사를 하고 시설 개선까지 할 수 있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도 저지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조현미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