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간 근무가 고정적이라면 괜찮은데, 대체로 근무형태는 현장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주간근무라서 약속을 잡았더니 갑자기 일하라고 연락이 올 때가 있어요. 생활리듬이 깨지는 거죠.” (A자원개발공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밤 12시에 야식을 먹으면 그걸로 끝이에요. 아침 6시까지는 담배 피우고 커피만 마시는 거죠. 건강검진 받아보면 간장·신장질환은 기본이에요. 몸 자체가 종합병동인 동료도 있습니다.” (B정공에서 21년째 일한 노동자)

일상적인 낮과 밤의 생활이 뒤바뀌는 교대제 근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교대제를 ‘작업자를 2개반 이상으로 나눠 각각 다른 시간대에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장의 전체 작업시간을 늘리는 근로자 작업일정이나 작업조직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교대근무는 노동자의 생물학적 리듬을 교란시켜 각종 신체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본부장 정영숙)는 지난해 4월부터 교대제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연구결과를 담은 ‘교대제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보고서가 최근 발간됐다.

 
 


300~1천인 사업장, 심야노동 많아

연구소는 업종별 교대제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노총 산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147개 사업장이 설문에 응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89.3%로 가장 많았고 사업시설관리 및 지원업(4.8%)·광업(2.7%)·전기가스증기사업(2.0%)·운수업(1.4%)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C디스플레이 등 4개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건강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인 노동자 등을 제외하고 1천22명이 분석대상에 올랐다. 전체 147개 사업장 중 교대제를 실시하는 곳은 132곳(89.8%). 이 가운데 심야노동(밤 10시~새벽 6시 노동)과 교대제가 모두 존재한다고 답한 사업장이 90%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00~1천인 사업장에서 심야노동과 교대제가 모두 존재하는 비율이 91.9%로 가장 높았다.

교대제의 형태는 주야 맞교대가 31.3%로 가장 많았고 4조3교대제(29.5%)·3조3교대제(13.6%)·24시간 맞교대제(10.6%)·주간연속2교대제(7.6%)·3조2교대제(6.1%) 등의 순이었다.

생체리듬 파괴가 가장 큰 문제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교대제 형태와 관계없이 전체의 36.5%가 ‘생체리듬 파괴’를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수면부족 및 수면방해는 22.6%, 건강 문제는 21%, 공부·학원·운동 등 개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응답은 11%였다. 사회생활과 가족관계의 어려움은 각각 4.6%·2.9%였다.

수면장애와 관련해서는 불면증·수면박탈·주간 졸리움·코골이 순으로 높은 빈도를 보였다. 교대근무를 마치고 수면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지만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고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2조2교대·3조3교대·주야맞교대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술을 마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교대근무와 관련 있는 증상으로는 눈의 피로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속쓰림·변비·설사·식욕감퇴·가슴통증 등이 있었다.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매우 높아

조사대상자들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았다.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에서의 건강군은 주간고정근무자 2.3%, 여유조가 있는 교대제 근무자 1.9%, 여유조가 없는 교대제 근무자 3.0%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서 여유조가 있는 교대제란 4조3교대와 3조3교대를, 여유조가 없는 교대제란 2조2교대·3조4교대·주야 맞교대를 의미한다. 여유조가 있는 교대제에서 고위험군(59.4%)이 높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여성인 경우와 근속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고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경우 고위험군에 속할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와 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는 교대근무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야간 연속근무는 3일 연속하지 않도록 하고 △야간근무에서 주간근무로 전환될 때는 반드시 휴일을 포함시킬 것 △45세 이상의 노동자는 가능한 주간고정 근무로 전환할 것 △야간노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히 인력을 확보할 것 △야간노동이 이뤄지는 동안 1시간 30분 이상의 수면을 허용할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건강한 노동자 효과’

그동안 자동차나 병원 등 특정산업에서 교대제 문제를 다룬 보고서는 종종 나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전 산업에 걸쳐 실태를 조사하고 노동자 건강권 문제까지 다룬 보고서는 드물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산업별로 적정한 표본수를 선정하지 못한 점 △최소 5년 이상 교대근무를 한 노동자를 연구대상으로 삼지 못한 점 등을 연구의 한계로 지적했다.

교대제가 건강에 나쁠 것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이른바 ‘건강한 노동자 효과’ 때문이다. 건강이 나빠질 만하면 교대근무를 그만두기 때문에 지금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건강한 노동자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연구결과에서 교대근무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조사되곤 한다.

조기홍 산업환경연구소 국장은 “여유조 없이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상태가 더 열악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건강한 노동자 효과 때문에 그런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웠다”면서도 “가정생활이나 개인약속을 못 지키는 등 교대근무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교대근무는 단지 건강상의 문제가 아닌 노동조건의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며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교대제 문제를 다룬 종합적인 실태보고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9년 1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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