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으로 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용산구 한강로 2가 철거민 농성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검경의 화재원인 수사를 위해 경찰병력이 현장출입을 막아선 가운데 화마로 동료를 잃은 철거민들은 ‘살인정권 물러나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즉각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고현장을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지난해 촛불정국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철거민 점거농성, 왜?=용산 재개발구역 철거민들이 점거농성을 선택한 이유는 이전·보상비용이 생계를 보전하는 데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재개발이 확정된 용산4구역은 건물 234채에 임대상가 434개, 주택 세입자 456가구가 모여 있다.
이곳에 평당 3천500만원을 호가하는 4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6개동이 들어서게 되면서 철거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재개발조합은 세입자들에게 법적으로 규정된 휴업보상비 3개월치와 주거이전비(집세) 4개월치를 지급했다.

그러나 보상에 합의하지 못한 127명의 철거민들은 임시상가와 임시 거주지 마련 등 ‘선대책 후철거’를 요구해 왔다. 특히 이들은 철거민·재개발조합·용산구청과 시행사인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열어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번번이 묵살당했다. 결국 철거민들은 지난 19일 새벽 5시 최후의 수단으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는 “무조건 재개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재개발 기간 동안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한 것”이라며 “이번에 충돌이 발생한 용산4구역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곳곳에서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벌어지고 있어 제2의 참사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과잉진압 논란 거세=특히 경찰의 농성진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철거민들이 농성에 돌입한 지 만 하루 만에 특공대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참사 직후 경찰 내부에서조차 철거민들의 농성투쟁이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할 정도로 급박한 것이었냐는 비판이 제기됐을 정도다.
더구나 사고현장에는 철거민들이 골리앗농성을 위해 준비한 석유난로와 인화물질이 적지 않아 인명피해가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신속한 진압작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마음에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살인정권”=참사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계는 일제히 성명을 발표해 "무리한 진압작전"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의 법과 원칙이 생존권을 요구하는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고, 한국노총은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철거민의 생존권 투쟁을 과잉진압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쇠고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불신임 결의를 추진하기도 했던 전국공무원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대국민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 불신임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살인적인 강제철거와 폭력진압이 불러온 참사를 엄중히 심판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상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저녁 용산역 광장에서 '살인 진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매일노동뉴스 1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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