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출근길에 음주운전을 하다 추락해 익사한 경우 공무상재해라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전성수 부장판사)는 군산항 역무선 부둣가 앞바다에 승용차와 함께 빠져 숨진 채 발견된 해경 소속 경비정 항해장 ㄱ(사망당시 28세)씨의 부인 ㄴ씨(29)가 “음주운전에 따른 사고를 이유로 공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지급부결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ㄱ씨가 사고 당일 새벽 3시50분께 관사에서 해경 전용부두 인근까지 승용차를 운전한 행위는 같은날 오전 9시께 출항 예정인 경비정에 미리 승선해 출항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업무수행을 위한 준비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음주운전을 했지만 순리적인 통근의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수행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ㄱ씨가 사고 당시 음주로 정상적인 운전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고 사고 발생지점에 교통사고가 상시 유발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잠재된 상태였다”며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지난해 8월22일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신 뒤 새벽 3시50분께 경찰관인 부인 ㄴ씨에게 전화를 걸어 “늦잠을 자면 출동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배로 들어가고 있다”고 통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당시 해경 승무원은 출항 당일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했고, 한 번 승선하면 2박3일 간 연안해역에서 해상경비 등 업무를 수행하는 3교대 근무를 했다. 그는 3일이 지난 같은달 25일 오후 6시께 군산항 역무선 부둣가 앞 해상에서 그는 물속에 잠긴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부인은 남편의 사망이 공무수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 공단측은 ‘퇴근 이후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음주와 이로 인한 사고는 공무와 무관한 사적행위’라며 지급을 거부했고 ㄴ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음주운전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도 구체적 경위에 따라서는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매우 파격적인 판결이다. 그러나 공무원과 달리 민간기업 노동자는 통근길에서 발생한 사고조차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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