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가 실시하고 있는 노사합의서에 대한 조합원 인준투표는 배일도 위원장의 소위 '무쟁의 노선'의 성패를 좌우하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9년 위원장에 당선된 뒤 '무쟁의 선언'으로 관심을 모았던 배 위원장은 행자부지침 수용문제로 난항을 거듭하던 2000년 임단협에서도 '파업'보다는 행자부지침을 수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행자부 지침의 거부와 파업 강행 속에서 여러 가지 정황과 주체적 역량을 고려할 때 조합원 피해, 사회적 고립, 해고자 증가 등을 감당키 어렵다"는 것이 배 위원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노조의 중앙집행부는 이번 인준투표에서 '조합원의 실질임금을 확보했다'는 점과 인준투표가 집행부교체에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결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배 위원장의 노선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4개 지부장과 현장간부들은 인준투표가 중앙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되길 바라고 있다. 4개 지부장들은 배 위원장이 '행자부지침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약속한 것을 조합원들에게 상기시키고 "노사합의서가 배위원장이 노조의 권익보다는 정부와 사측의 입장에 서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하면서 부결을 호소하고 있다. 지부장들이 교섭위원으로 참가하면서 인준을 거부해 잠정합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단 합의에 동의한 것도 인준투표를 의식한 것이었다.

한 지부 관계자는 "잠정합의의 경우 부결되면 효력을 상실하게 돼 해를 넘기면 임단협을 체결할 수 없는 공기업의 특성상 조합원들의 가결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반면 인준투표는 부결이 되더라도 효력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현 집행부노선에 대한 공정한 신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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