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앞두고 각 정당과 인수위, 청와대간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부처 폐지와 통폐합·공사화·출연기관화 등으로 정부조직 개편의 직격탄을 맞게 된 중앙부처 하위직 공무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급 이하 공무원들을 대표하는 공무원노조들은 지난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에는 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자신들의 의견서를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불안감이 있긴 했지만 “설마”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안이 확정·발표돼 각 부처의 운명이 드러나고 지난 21일 한나라당을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에는 저항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자회견으로 국회를 압박하고 관련 상임위 의원들을 일대일로 설득하는 등 대국회 작업을 바짝 강화하는가 하면 일부 노조는 대규모 결의대회와 집회를 예정하는 등 집단행동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한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설마 하는 사이에 부처가 공중분해 돼 찢어지고 사라지게 됐다”며 “장차관 등 고위직들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하위직은 앞으로도 계속 일할 곳이기 때문에 그냥 당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중분해 되거나 폐지되는 교육인적자원부·정보통신부·국정홍보처 등의 공무원이 소속돼 있는 행정부공무원노조(위원장 조호동)는 대국회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노조는 23일 대표자와 조합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국회에 전향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폐지되는 부처를 살려달라는 요구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편안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개편안을 내기보다 공무원수 줄이기에 급급해 행정서비스 부재, 대량 실업자 양산, 공공요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켜 국민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는 “조직개편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주요 부처 통폐합에 대해 충분한 대국민적 논의 없이 국회로 밀어붙여 졸속 강행처리 하려 한다”며 인수위의 행태를 비판하고 국회 차원의 면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농촌진흥청과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등 인수위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하기로 한 농림수산분야 3개 연구기관 공무원들은 오는 26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인수위는 이들 3개 기관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2천146명, 국립수산과학원 633명, 국립산림과학원 307명 등 3천여명의 공무원이 감축안이기도 하다.

전국공무원노조 농촌진흥청지부는 “농림수산 1차 산업 연구기관 민영화는 국가가 1차 산업에 대한 포기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와 식량부족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시기에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근시안적 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부는 “농림수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관련 연구를 민간연구소가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국토환경 보전, 양질의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 국가가 책임지고 정부기능으로 존속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체국 공사화에 반대해 지난 20일 조합원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가 이명박 당선자와 한국노총간 만남 이후로 연기했던 체신노조도 오는 27일 궐기대회 개최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중앙부처 하위직 공무원을 대표하는 행정부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결국 정부조직을 현행대로 유지하라는 것에 가깝다.
 

노조는 중소기업을 배제한 대기업 위주의 조직 편제, 통일국가 지향의 통일부 폐지, 해양강국을 추구하는 해양수산부 폐지, 우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정사업본부의 공사화를 통한 민영화, 운전면허 업무의 일방적인 민간 이양 등 정부조직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이를 뒤집은 것이 노조의 구체적인 요구다. 해양수산부와 통일부 존치, 국정홍보처 폐지 재고, 우정사업본부 공사화 철회, 국립중앙박물관과 국가보훈처 직제 유지, 국립수산과학원과 국립산림과학원 출연기관화 철회, 경찰청 면허시험 관리 민간이양 중단 등이 해당한다.
 

인수위는 우정사업을 정보통신부에서 지식경제부로 이관한 후 우정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조는 우정사업 공사화나 민영화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지역 우체국의 폐지와 우편요금 등 관련 수수료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우편과 금융서비스를 우정사업본부를 독립된 외청으로 출범시키는 형태로 국가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해양수산부 폐지에 대해서는 미래 생존 산업인 해양수산 정책의 후퇴와 해양수산업 종사자의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며 해양수산부 존치를 당연시하고 있다.
 

인수위에서 가장 먼저 폐지가 확정됐다고 할 수 있는 국정홍보처에 대해서는 국민과 정부의 소통 단절을 지적하며 국정홍보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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