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과 함께 거침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던 공기업 민영화 논의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인수위는 21일 공기업 민영화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새 정부 출범 후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인수위 출범 초기 산업은행 민영화를 필두로 각종 민영화 계획을 밝혔고, 다음달 쯤에는 구체적인 공기업 민영화 로드맵이 확정될 것으로 점쳐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속도조절이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다양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인수위는 현재 정부조직개편안 국회통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에 전혀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인수위 이름을 걸친 ‘유령기사’를 자제해 달라”고 기자들에게 당부해 공기업 민영화에 있어 인수위보다 언론이 한참 앞서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수위의 속도조절은 공기업 지방이전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기업 민영화 추진시기와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혁신도시 및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수정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해당 지자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민영화 외에 대규모 공기업 민영화는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인수위 입장도 나왔다. 박재완 인수위 정부개혁TF팀장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산업은행은 일단 민영화 대상이고 민간부분과 경쟁해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기업들이 1차 검토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팀장은 “덩치가 매우 큰 공기업 등은 당장 민영화할 경우 증권시장에 미칠 파장이 어떤지, 국내 경제력 집중 방지 차원에서 대기업에서 인수하지 않고 다른 쪽에서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 등 현실적으로 많은 점을 검토해야만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어 “반드시 공기업으로 남아야 될 유형의 공기업들이 많다”며 “공공성이 강한 기업들은 민영화가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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