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환 토지공사노조 위원장
이번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외쳐댔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업 구분 없이 창업에서부터 기업운영 및 세금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계획한대로 순탄하게 실행할 수 있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할 있다.

기업하기 좋냐 나쁘냐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어찌되었든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이 4% 내외를 맴돌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고개를 쉽사리 넘어가지 못하는 것도 투자부진 때문이다. 17대 대통령 이명박 당선인은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747전략'을 들고 나왔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이다. 가슴 뛰게 하는 목표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의 투자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한다. 개인들은 부동산값 상승, 생활물가 상승 및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새 정부는 개인들에게는 감세정책 등으로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시키겠다고 한다.

새 정부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 나가겠다고 한다. 다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기업과 노동을 대립관계로 봐선 안 된다. 기업과 노동은 별개가 아니다. 기업은 형식이고 노동은 내용이다.

수업원짜리 고급승용차가 있어도 운전하는 노동이 없으면 차는 가지 못한다.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노동이다. 노동이 없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은 노동을 만들어내는 노동자다. 대통령도 노동자요. 국무위원도 노동자요, 국회의원도 노동자다. 이들은 노동약자와 강자로 구분할 때 노동강자로 분류될 뿐이다. 대한민국에는 1천500만명의 노동약자가 있다.

노동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관계법이 만들어져 있다. 우리사회는 ‘노동’이라는 단어에 빨갱이라는 레드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우리 부모형제 자매가 모두 노동자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노동에 관한 교육이 없다.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로서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규교육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라는 것을 어색해하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노동의 정의, 노동의 가치, 노동의 주체 등에 관한 기본인식이 되어있지 않다보니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을 머리에 뿔난 사람처럼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기형적 문화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고 탄압하고 무시하는 경영자들이 영웅시되는 이상하고 무서운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기업은 경제적 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사람에 준하는 법인격을 부여받은 특별한 존재이다. 기업의 실질적 주체는 사람 즉 노동자이다. 새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 정책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대중소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사회문화적으로도 기업인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기업가정신으로 미래에 도전하고 세계무대로 뻗어 나가도록 하는 진취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들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출발은 노동하기 좋은 나라이다. ‘노동하기 좋은 나라’는 노동하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나라를 말한다. 노동자들이 기업을 보다 폭넓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기업에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 성과에 대해 충분히 보상받는 문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성장은 바로 이러한 노동자의 역량발휘로 이루어진다. 새 정부는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선진화된 노동문화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노동계의 진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노사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노력 없이는 새 정부의 정책목적달성은 불가능하다. 노동하기 좋은 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노동 교육 경제정책의 제1기조로 삼아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진입시켜줄 것을 간곡히 희망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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