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13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가스누출에 의한 폭발사고로 1명이 숨지고 10명 부상. 같은해 10월30일 GS칼텍스 여수공장 내 중질유 분해공정 신축현장에서 암모니아 가스의 일종인 ‘아민’을 임시로 제작한 저장용기를 이용해 무리하게 이송하다 폭발사고 발생, 2명 사망.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 폭발·화재사고로 40명 사망 17명 부상. 구미공단 아사히글라스파인테크노한국 공장에서 탱크 보수작업 도중 폭발사고로 1명 사망 2명 중상.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동안 알려진 사업장 폭발·화재사고로만 73명의 노동자가 피해를 당했다. 13일 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2006년 폭발·화재사고로 7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으며 하루 평균 3명꼴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정기훈 기자
◇사업장 인화물질 관리 ‘엉망’=폭발‧화재사고의 원인은 사업장의 부실한 인화물질 관리에 있다. 이재열 산업안전교육원 교수는 “화학공장이나 건설현장의 지하‧밀폐공간에서 인화물질을 취급할 경우 ‘화약고’나 다름없지만 정작 이에 대한 사전 위험물 제거 점검이나 작업자의 안전교육은 충분히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업장 안전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원인에는 저가입찰 중심의 하도급 구조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폭발‧화재사고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정유‧석유화학공장의 경우 공정안전관리 제도를 실시, 위험한 작업을 할 때 작업허가제를 도입해 사전에 철저한 안전점검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화학공장의 보수작업이나 건설현장에서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작업자가 어떤 물질을 취급하는 지도 모른 채 화약고나 다름없는 작업현장에서 일하고 있어 위험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설명이다.

◇'작업허가제' 도입으로 사전 예방=이재열 교수는 주로 정유·석유화학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안전작업허가제를 일반 화학공장이나 건설현장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전작업허가제는 공정안전관리제도의 일환으로, 인화성 물질이나 유해물질을 취급할 때 사전에 부서장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형태로 사전 안전점검이나 교육 실시에 대한 책임을 원청 작업책임자에게 물을 수 있다. 폭발·화재사고는 추락이나 전도재해에 비해 인명·물적 피해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예방만이 유일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재해 발생해도 사업주는 벌금형…경미한 처벌수준도 문제
해외에서는 '기업살인법' 제정으로 강력한 처벌
40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와 같은 참상이 되풀이되는 데는 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경미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터져도 벌금형 등에 그치면서 그만큼 사업장 안전관리에 대한 사업주의 경각심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오는 4월부터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Law)이 시행된다. 영국뿐 아니라 호주·캐나다 등에서 제정 중이거나 제정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기업살인법의 주요 내용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필수적 요소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를 죽게 만든 기업주를 범죄자(과실치사 혐의)로 규정해 구속·처벌하는 것이다. 만약 기업살인법이 시행되는 영국에서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면 기업주는 과실치사 혐의로 사법처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40명 사망, 17명 부상 등 57명의 사상자를 낸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은 안전관리책임자나 현장소장 등 기업 관계자의 처벌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박학근 경기청 2부장)는 13일 화재과실과 관련한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됨에 따라 사법처리 수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냉동창고의 스프링클러와 방화문·비상벨 등 소방장비가 동파와 오작동방지 등을 이유로 수동작동토록 조작돼 화재 당시 작동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는 화재참사의 명백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사법처리 대상자에는 출국금지 조치된 코리아냉동 현장소장 정아무개(41)씨, 냉동팀장 김아무개(48)씨, 안전관리책임자 김아무개(44)씨 등 3명과 하청업체 관계자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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