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 이후 지난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노동계급의 투쟁은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되고, 계급의식도 보수화됐다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노동계급의 내적 이질성도 커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비판사회학회 등이 지난 24일 중앙대에서 개최한 ‘민주화, 세계화와 불평등: 경제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불평등’ 심포지엄에서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신자유주의 경제개혁과 노동계급의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조 교수는 “노동계급 보수화는 정규직의 보수화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의식 수준을 보이던 정규직이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비정규직보다 더 보수적 의식수준을 보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조 교수가 2003년 6~7월 ‘사회구조 변화와 일자리’ 조사를 했던 성인남녀 1천820개 사례 중 일자리 이동경로가 확인된 788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 의식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또한 노동계급 범주 가운데 가장 의식이 높은 범주는 비정규직 재취업자로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구조조정을 경험하는 피해자로서의 과정에서 계급 적대의식과 반신자유주의 의식이 발달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정규직 생존자는 계급의식이 최저층을 형성하고 있어 계급형성에 포용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점을 이뤘던 세력은 정규직 생존자와 정규직 재취업자로 구성돼 있는 가운데 이들은 정규직 신규취업자들보다 임금·복지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더 양호한 조건을 누리면서 의식의 보수화를 겪게 됐다”며 “계급형성의 구심점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재취업자가 그 핵심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급은 정규직 중심의 조직적 형성과 비정규직 중심의 이데올로기적 형성의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며, 가장 큰 균열의 원인은 ‘고용형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공세를 겪으면서 노동계급 형성의 구심점이 돼 계급형성 과정을 주도할 주체세력이 뚜렷이 부각되지 못했다”며 “노동계급의 내적 이질성은 앞으로 좁혀지기보다 오히려 더 강화돼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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