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전문가들은 차기정부 노동정책을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노사관계학회가 지난달 30일 주최한 ‘차기정부 노동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노동정책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산별교섭 강화, 인적자원 개발, 사회적 대화 강화 등의 공통된 주제를 꺼내들었다.<본지 10월31일자 참조> 이날 참가한 주요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한다. 

김유선, ILO 기본협약부터 가입하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차기정부의 노사정책 과제 가운데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98호)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한국은 91년 UN에 가입하면서 ILO 협약 비준 문제가 과제로 제기된 바 있는데 일정한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노동기본권 문제는 진전이 없다”며 “UN 및 ILO 가입 20년을 맞게 되는 차기정부에서는 ILO 기본협약 정도는 비준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시했다.

특히 김 소장은 “양대노총이 ILO협약 비준문제를 우선순위로 대폭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경총도 ILO협약이 비준돼야 우리나라 노사관계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협약 비준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김 소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는 “경총은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동안 보면 대부분 일하기 힘든 분야에서만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앞으로 일자리는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늘릴 수밖에 없겠지만 이는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동원, 합의사항 국회통과하는 대화기구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차기정부의 노동정책 과제로 △노사정 대화 기능 정상화 △정부의 노사갈등 관리기능 강화 △비정규직 문제 대화 통해 해결 △산별교섭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김 교수는 “노사정 대화를 민주노총이 거부한다면 다른 형태의 새로운 기구를 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정당이 참여토록 해서 합의사항은 반드시 국회서 통과되도록 하는 강력한 대화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노조의 파업 양상은 대기업노조 파업은 줄지만 중소비정규직 파업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갈등관리나 중재역할을 축소하는 것은 상황인식을 잘못하는 것으로서 노동부의 갈등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해법에 대해서는 법 보다는 대화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그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오히려 외주 등 간접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등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우리나라에는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 장기적으로 기업의 기술력 훼손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사유제한 등 법으로 풀려고 하면 특수고용직이나 기계대체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므로 노사정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윤진호, 사람 귀하게 여기는 인적자원 고도화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현 시점의 우리나라는 세계화에 따른 경제 불안정, 세계화에 따른 사회양극화,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복지부담 등의 사회적 위험에 처해있다”며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답은 인적자원 고도화로 양극화와 저성장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적자원 고도화란 단순 교육이나 훈련을 떠나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양대노총 및 경총의 요구안은 새로운 전망이 부재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윤 교수는 “경총은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아무런 제약없는 노동시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산업은 저임금 따먹기로는 안 되며 인적자원 개발로 고임금 고숙련으로 가야 하고 기업도 이런 방향을 원하는데 왜 경총은 극단적 주장을 펴느냐”고 신랄히 비판했다. 또 윤 교수는 “노동계의 경우도 노동시장 양극화에 책임이 있는데 노동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하겠다는 제안은 하지 않고 있다”고 역시 따끔한 비판을 내놨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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