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노동현장은 늘 새로운 갈등에 직면한다. 이는 노사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지만 개별 노동자에게는 복잡하고 힘겨운 과정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그들에겐 든든한 조력자가 절실하다.

여기 노동자의 조력자를 자처한 이들이 있다. 사용자의 사건의뢰를 일체 받지 않는 공인노무사들의 모임,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무사모임)의 이병훈(38·법무법인 참터 무등지사) 회장을 지난 12일 만나봤다. 이 회장은 지난달 8일 회장선거를 통해 연임된 바 있다.

“2001년 1월, 서울지역서 노동사건을 전담하던 노무사들이 주축이 돼 노동인권을 이슈화하고 지원할 수 있는 단체 결성에 뜻을 모으게 됐지요. 당시 20명에서 출발한 회원이 현재는 100명 가량 됩니다.” 

사용자 사건의뢰 받지 않는 노무사들의 모임

사법부의 노동사건에 대한 보수화 개념이 우세했기에 이에 대항하는 법리적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가 할 일이라는 것.

무엇보다 노무사업계 질서 속에서 노동자 사건을 전담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사용자는 노무사 사용 여력이 충분하지만 개별 노동자 사정은 뻔하다. 게다가 사용자는 아예 자사 직원을 공부시켜 노무사로 키우는 게 오래된 추세이기도 하다. 사용자를 도울 조력자는 많지만 ‘돈이 안 되는’ 노동자를 도울 자는 드문 현실이다.

그동안 노무사모임은 많은 사업을 벌였다. 어려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년에 두 번 전체 조직차원에서 무료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회원사는 각기 달라도 공동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해당 노동자를 무료법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

또한 노무사모임 내에는 △비정규연구분과 △제도개선분과 △행정해석연구분과 △산업재해보상제도연구분과 등 4개 분과를 두고 있고 전문계 고교생 대상 올해로 2년째 노동인권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차 비정규직·포항건설노조 등 공동대리사건 담당, 비정규직 차별시정 프로젝트, KTX-새마을호 승무원 직접고용촉구선언, 뉴코아-이랜드 투쟁지원 법률단체 연석회의 참가 등 적극적인 연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갈수록 노동시장은 나빠지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큰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건은 조직적으로 결합해야 해결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역할을 해보려고 합니다.” 

‘국선노무사 의무화로 법률지원 수준 높여야“

현재 노동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수준이 낮다는 것이 이병훈 회장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동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수준을 끌어올려야 할까.

“실질적인 국선노무사제도 도입돼야 합니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자 권리구제를 위한 기관임에도 기본적 시각이 노사가 대등하다는 시각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깁니다. 모든 노무사에게 의무적으로 국선노무사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은 유효할 것입니다.”

전혀 대등하지 못한 노사관계 속에서 모든 노무사는 노동자의 권리구제에 직접 나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반드시 이행돼야 합니다. 현재는 노동위 결정이 이행되지 않으면 5심까지 밟아야 하는 등 노동자에게는 보통 부담이 아닙니다. 노동위의 권한이 강화돼야 합니다. 노동법원 설립도 고려해볼만 하지만 반드시 판사들의 전문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노무사모임은 비정규직 문제에 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일선 노동현장을 가깝게 지켜보는 노무사의 시각에서 보면 현재의 차별시정제도는 답답하기만 하단다.

“차별시정을 신청한 노동자들이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들은 중도에 이직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아마도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위험성을 안고 신청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노조나 단체가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위 판정시 신청자뿐만 아니라 비슷한 조건의 노동자에게도 ‘소액주주 집단소송제’처럼 확대적용 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병훈 회장은 앞으로도 노동인권 실현을 위해 제도적 틀을 만들고 의식변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계속 전개할 계획이라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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