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올리브타워에서 비정규직법 시행 100일을 맞아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토론회’를 개최했으나 이랜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항의시위로 인해 결국 파행 끝에 무산되고 말았다.<사진>
이날 노사정위는 예정대로 노사정 대토론회를 개최를 선언하고 김성중 노사정위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잇따라 격려사를 이었으나 이상수 장관이 격려사를 하는 도중 토론회장을 찾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의에 나서면서 토론회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김성중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제이지만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게 경제주체들의 모습인 것 같다”며 “오늘 이 토론회를 징검다리 삼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으로 의논하는 자리가 된다면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헌기 사무총장은 격려사를 통해 “비정규직법은 그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법적 기준이란 의미가 있다”며 “법 제정의 취지에 맞게 실효성을 확보하고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을 해소하기 위해 노사정이 양보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석행 위원장은 이와는 다른 관점을 보였다. 그는 “지난 현장대장정 6개월간 비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힘겹게 살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지 체험을 했다”며 “정부는 재계가 비정규직을 양산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고용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보호입법이 아니”라며 법 재개정을 강조했다.
반면 김영배 부회장은 고용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초 법취지는 차별해소와 고용유연성 제고임에도 국회 논의시 고용유연성이 퇴색하고 마치 정규직 전환법처럼 알려졌다”며 “오늘 토론회가 법의 안정적 정착의 계기가 되는 동시에 총고용량 확대를 위해 고용유연성 강화방안도 동시 논의하는 자리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상수 장관이 격려사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통합성이 무너지고 경제발전에도 지장이 많다”며 “이 법은 찬반 양론이 갈리는 등 샌드위치처럼 문제를 안고 출발했기에 불만이 많을 것이다…”는 연설을 하는 도중 이랜드, 코스콤,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노동자 50여명이 이 장관을 대상으로 항의에 나섰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런 불만이 많은 법을 왜 만들었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정부는 비정규직법을 폐지하고 권리입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 장관의 연설이 중단되는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상수 장관을 둘러싼 채 농성이 시작됐다.
결국 이들의 농성이 1시간여를 넘기면서 노사정위는 토론회 폐회를 선언했고 토론회장에는 경찰력이 투입됐다. 경찰은 농성자들을 에워싼 채 한 동안 대치하다가 농성자들이 자진해산 했으나 이 장관이 빠져나간 뒤 20여명의 농성자들이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된 채 이날의 토론회는 막을 내렸다.
시행 100일을 맞은 비정규직법의 현주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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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7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