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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경시형·노동배제적 고용시스템서 벗어나자정규직 기득권 포기보다 재벌기업 투명성 제고 선행돼야
ⓒ <사진 = 정기훈기자>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등 불안정 취업계층으로 고용덤핑이 확대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규직노조가 기득권을 버리는 것보다는 재벌 중심의 경제시스템이 투명하게 바뀌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원장 최영기)이 19일 오후 국민일보빌딩에서 ‘87년 이후 노동 20년 : 지속가능한 고용시스템 구축을 위한 평가와 전망’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시스템 유형을 통해 본 노사관계 20년 평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제기했다.


노동운동, 대기업 고용감소 저지 못해

이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 89년 19.8%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하락세를 거쳐 2005년 10.3%까지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이 시기 임금근로자 수는 매년 증가, 노조 조직이 고용량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운동의 조직화 전략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제조업의 규모별 근로자수 변동을 보면 대기업 임금근로자수가 크게 감소한 반면 조합원수는 50인 이상 기업에서 고른 감소를 보였으며, 특히 50인 미만 기업에서는 근로자수가 15%나 증가했으나 조합원수는 70.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천인 이상 기업도 조합원 감소율은 40.3%에 이른다는 지적.<표 참조>



조성재 연구위원은 “노동운동은 조직화가 어려운 영세·소규모 기업의 고용량 증가를 조직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고용량 감소를 저지하지도 못했다”며 “대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은 사용자의 의도대로 이뤄졌고 전반적으로 조합원 보호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의 고용감소에 노동운동이 저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저임금-저숙련 서비스업의 증가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지적이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산업간 임금격차가 다시 한 번 크게 확대됐지만 노동운동이 연대하지 못했고, 재벌 부문이 많은 금속노조에서 임금격차 확대 저지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하도급 분업 중층화 속 임금격차 확대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확대돼왔는데 그 주요 원인은 하도급 구조와 밀접하다는 주장이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97년 이후 한국의 하도급 분업구조는 대기업으로부터 지원과 육성은 줄어들고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더욱 증대되는 한편 2, 3차 수급기업 비중이 증대되고 중소기업 사이 하도급 거래가 확대되는 등 하도급 분업구조가 중층화되고 있다는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며 “분단노동시장 상황에서 임금격차를 활용하기 위해 도급구조가 발달하게 됐으며 단가인하 등의 불공정거래로 인한 지불능력 격차는 다시 임금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기업은 생산효율성을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수요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외부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고,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생활효율성이 둔화된 것은 이 같은 대기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부담이 전가됐기 때문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은 국내 생산을 위한 조건에서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재벌은 또한 설비투자 중심의 성장전략을 통해 숙련경시형이나 노동배제적 생산방식을 이뤄오는 등 고용친화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배제적 재벌 경제시스템 바뀌어야”

조성재 연구위원은 “재벌을 위시한 대기업들은 노동을 포섭한 작업장 혁신보다는 노동배제적 자동화에 더욱 주력했고 이는 고용과 숙련 경시형 생산체제로 귀착됐다”며 “비정규직, 중소기업, 영세자영업, 서비스업 등으로 고용덤핑이 이뤄지면서 광범위한 구조적인 양극화 현상을 초래했다”고 87년 체제 이후 20년의 한국 자본주의를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재벌 내부로 포섭된 노동자들의 경우도 외환위기 이후 매우 유연한 성과보상시스템의 적용을 받거나 끝없는 구조조정과 해외공장 이전 등으로 고용불안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노동시장이 분단돼 있을 경우 1차 노동시장 노동자들은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고용불안 심리가 매우 고조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산별전환 도미노 현상을 불러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이 대다수 생산직 노동자들이 소외와 저숙련 상태로 몰아가고 있으면서 현대차에서와 같이 노조가 임금프리미엄을 향유하고자 할 경우 외부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를 비롯해 노동운동에 비판적 시각이 거의 전일화 된 것은 대기업 고임금의 마지막 저지선을 붕괴시킴으로써 시장원리, 노동시장 유연화의 획일적 적용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조 연구위원은 “대기업 정규직노조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보다 재벌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완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쟁구조로 바꾸는 것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경제와 사회에서의 참여 기회의 확대, 즉 생산효율성의 추구뿐만 아니라 고용가능성의 제고를 도모하는 내포적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노동조합 신뢰도 갈수록 떨어져
‘의식조사로 본 노동 20년’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의식조사로 본 노동 20년’을 통해 국민들의 이 같은 시각이 전달됐다.


노동자 요구의 정당성에 대해 18년 전인 89년 ‘정당하다’는 의견은 56.1% 이었으나 2007년 39.9%로 크게 감소했다. 오히려 ‘과도하다’는 의견이 2007년 51.3%(89년 30.5%)로 절반을 넘었다.


노조활동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도 부정적인 시각이 18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나쁘다’는 의견이 89년 19.3%이었던데 반해 2007년 36.3%로, ‘매우 나쁘다’가 89년 7.1%이었으나 2007년 21.5%로 부정적 시각이 57.8%(89년 26.4%)에 달했다.


노조활동이 정치민주화나 사회불평등 해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89년에 비해 약화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민주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좋다’는 의견이 89년 26.4%에서 2007년 5.4%로 대폭 하락했고, ‘좋다’는 의견이 89년 35.3%였으나 2007년 30.0%로 떨어졌다. ‘중간’이란 의견이 89년 13.7%에서 2007년 36.6%로 대폭 증가했다. 사회불평등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보았다.


노조활동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졌어도 여전히 공공대중을 위한 정치적 활동을 담당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노조가 중점을 둬야 할 방향에 대해 근로조건 요구는 89년에 비해 하락한 반면 고용안정 32.6%(89년 13.6%), 취약계층보호 32.7%(89년 9.7%), 제도개혁 21.2%(89년 9.7%) 등이다.<표 참조>



오계택 부연구위원은 “국민들은 노조가 고용안정이나 취약계층보호, 사회제도개혁 등의 사회전체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국민들이 노조에 무엇을 진정 바라는지 파악하고 이를 위한 노조의 전략과 자원배분을 혁신적으로 변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2007년 9월 20일

연윤정 기자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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