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20대 대학 휴학생 2명이 강원도 강릉에서 동반 자살한 데 이어 사이트 회원들 사이에 돈을 받고 죽여주는'촉탁 살인'이 벌어진 것으로 15일 밝혀졌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일본 등 외국에서는 가끔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가상공간의 자살 충동이 현실로 이어진 셈이다.

◇ 촉탁 살인 과정〓15일 경찰에 붙잡힌 '촉탁 살인자' 尹모(19)씨와 청부 자살자 金모(29. 회사원)씨, 강릉에서 동반 음독 자살한 대학 휴학생 金모(28). 車모(21)씨 등은 모두 자살 사이트에서 '죽음의 관계'를 맺었다.

이들의 엽기적 살인극은 지난 11월 尹씨가 자살 사이트에 "같이 자살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곧바로 金모(23. 여.대구시)씨가 尹씨에게 "고통없이 죽여주면 사례하겠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金여인의 소개로 강릉에서 자살한 휴학생 金씨와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실제로 尹씨는 지난달 말 강원도 대관령에서 金여인과 휴학생 金씨를 목졸라 죽이려다 이들이 막판에 반항해 실패했다.

尹씨가 숨진 회사원 金씨와 만난 것은 살해 전날인 지난 11일. 경찰은"회사원 金씨와 尹씨는 지난달 27일 처음 전화통화를 통해 알게 됐으며, 11일 전에는 한번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 설명했다.

尹씨는 경찰에서 "나도 자살 충동을 느껴 자살 사이트를 드나들다 회사원 金씨를 소개받았으며, 서로 자살 방법 등을 상의하면서 급속히 친해졌다"고 진술했다.

尹씨는 12일 새벽 촉탁 살인을 실행하기 직전까지 함께 술을 먹으며 회사원 金씨로부터 고민을 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교 1년을 중퇴한 尹씨는 1998년 부모가 이혼한 뒤부터 혼자 살며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활을 해 왔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주변에 친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자살 사이트 현황〓이들이 이용한 자살 사이트는 지난달 초에 생겼다. 사이트가 개설된 뒤 5만여명이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살 사이트는 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자살 사이트는 '자살방지법' '우울증 점검코너' 등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줘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내용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6~7개 정도는 '자살 기도 경험' '자살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독약을 공동으로 구입하자" 거나 "함께 죽으러 갈 사람 모집" 등의 자살 조장 문구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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