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노조들의 연대의 틀에 대한 기대 성과

전력, 서울도시철도, 철도노조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파업철회 이후 최근까지도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파업선언을 통해 하반기 투쟁열기를 고조시켰던 이들 노조의 홈페이지를 최근 보다보면 올 하반기 공공부문 노조들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 투쟁에 대한 회의론이 지배적이지만, 이 투쟁을 이끌었던 공공부문노조연대투쟁대표자회의(공공연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또한 지난 18일 한통노조의 파업돌입으로 인해 공공연대 투쟁에 대한 평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 공공연대활동에 대한 평가들

긍정적인 평가중에 전반적인 의견은 양대노총을 뛰어넘어 공공부문 노조들이 연대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공공연대 김태일 공동 집행위원장(공공연맹 부위원장)은 "한통이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공연대의 활동속에서 조직을 가동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공공연대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공공연대의 연대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미흡하긴 하지만 의미가 있었다는 분위기다. 권순정 공동집행위원장(정투노련 부위원장)도 "내년 민영화가 추진될 때 공공연대 차원에서 다시 구체적인 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선 공공연대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우선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통노조까지 중요한 투쟁동력으로 삼지 못한채 공공연대 하반기 투쟁을 정리했다는 것에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중에 다른 하나는 처음으로 파업을 시도한 노조들이 현장 투쟁동력을 확인함으로써 이후 투쟁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전력노조, 서울도시철도노조, 철도노조 등 본부 집행부들 사이에선 현장 투쟁동력을 확인했다는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들 노조 일각에서는 집행부가 현장의 투쟁동력 보다 정부와 협상에 더 치중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 전력노조 파업선언에서 파업철회까지

공공연대의 투쟁일정 속에서 가장 먼저 배치돼, 이후 투쟁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전력노조는 투쟁과정 내내 언론의 초점의 대상이었다. 전력노조는 유례없는 조직력을 과시하며 파업일보직전까지 갔으나 마지막 순간에 파업을 철회했다.

이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모든 결정이 집행부에 집중돼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공연대의 구성과 더불어 출범했던 '국가기간산업 민영화(사유화) 및 해외매각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이번 투쟁에 대한 평가도 귀기울여 볼만하다. 범대위는 하반기투쟁의 한계점으로 끝까지 '민영화 반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지 못했다는 것을 들고 있다. 실제로 전력노조는 처음에 정부가 전력산업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얼마 안가 '분할 민영화 반대'에서 '민영화 추진 연기'까지 요구수준을 낮췄다.

이를 두고 한 일간지에서는 노조가 '기싸움에서 밀리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전력노조의 중노위 합의문에서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인력감축 등에 노조와 '협의'한다는 등 약간의 여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당초 목표였던 민영화 방침 철회 요구가 합의문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협상에 참여했던 전력노조 한 간부는 "모든게 처음이다보니 미흡하긴 하지만 이런 것이 다 경험이 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노조 일부에서는 합의문 무효화를 주장하며 임시총회 소집요구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후유증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 서울도시철도노조와 철도노조

서울도시철도노조 관계자도 이번 투쟁의 성과를 "신생노조로서 조합원의 참여와 단결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기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철도연맹 관계자까지 "합의한 내용은 미진하다"고 평가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철도노조의 경우 전력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으면 철도노조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판단했다. 철도노조의 한 관계자도 "전력과 철도는 비슷하게 민영화 반대가 현안쟁점인 상황에서 전력노조가 먼저 파업철회를 하니까, 전력노조에 비해 여론의 주목도 별로 받지 못했던 우리는 투쟁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집행부에 반대하는 조직들이 처음부터 철도노조 집행부가 파업에 돌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집행부를 믿지 않았던 것도 정부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원인으로 분석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철도노조의 다른 관계자는 "기관사 1인 승무제 저지를 통한 국민의 안전 확보와 현원 정리기간 연기를 탄력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고용안정을 이뤄냈다"는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공공연대의 연대가 갈수록 느슨해졌던 것"이 가장 아쉬웠던 일이라고 말했다.

* 공공연대의 남은 과제들

공공연대는 전력노조의 파업철회 이후 활동이 중단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공공연대는 공식적으로 11월30일 공동행동의 날 이후의 계획이 존재하지 않았다. 공공연대는 12월부터 투쟁 지휘를 양대노총에 넘긴다는 입장이었지만, 전력노조의 파업철회 이후 양대노총의 공동투쟁도 빛을 잃은 건 사실이다. 이성우 공공연맹 대전충남지역본부장은 이를 두고 "공공연대가 대정부 투쟁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역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공연대는 투쟁동력으로 삼지 않았던 한통노조가 18일 파업에 돌입했지만, 일간지에 지지광고를 내는 것 외에 역할을 고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공연대를 계속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에는 아직까지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공공연맹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양경규 신임위원장도 공공연대의 기본적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공연대의 기본적인 틀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연대활동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공공부문노조의 공통적인 대정부 4대 요구안을 확정한 것을 들 수 있다. 4대 요구안은 △국가기간사업 민영화·해외매각 방침 철회 △관치경영 철폐 △대정부 중앙교섭기구 확보 △공공부문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등이다.

공공연대 한 관계자는 "공공부문노조의 연대는 높은 의식성 보다 현실적 필요가 높기 때문에 향후 연대활동에도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전력노조와 철도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의 반발로 지체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노조의 반발이 한고비를 넘겼다는 판단 속에서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이미 구성된 공공연대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공연대의 올해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 지적된 △지도력 확보 △선언적 연대가 아닌 실질적 연대 실천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노조들의 참여 유도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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