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대통합, 민중참여경선. 민주노동당의 현 시기 최대쟁점인 이 둘은 모두 맥락이 있다. 분명한 것은 둘은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민중참여경선제, 좁게 말하자면 노동자 참여경선의 역사는 사실 당의 아픈 기억으로 시작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옥토’였던 울산에서 주로 논쟁되던 이 방식은, 지분확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운동권 정파가 엮이면서 전형적인 '종파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지방선거의 경우는 울산은 노동자 참여경선을 특별한 잡음 없이 치러내기도 했다.

민중참여경선 문제는 자신의 최고의결기구를 통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있는 대중조직들의 참여 방식에 대한 논쟁인 만큼 정치적으로 잘 풀면 될 문제일 것이다. 계급프라이머리가 필요한 상태인가? 이와 관련해선 대선 득표력을 둔 논쟁 꺼리겠다. 원하는 방식으로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서로 등 돌릴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대통합의 경우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 선출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추진위원회’(범추)를 논쟁을 한참이나 했다. 당시 만해도, 묶어세울 대상이 여럿이었다.

대표적으로는 (전농으로 대표되는) 농민단체가 있었고, 정치세력으로는 사회당 혹은 노동자의힘 있었다. 운동권 논리로만 보면, 1997년 대선 이후 잠시 소원해졌던 일부 세력이 당과 다시 결합하는 방식으로 논의되던 것이 범추 논쟁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은 정치협상을 통해서 전농의 지지를 끌어냈다. 전농은 그 정치협상을 통해 당에 정치적 지분을 확보했고, 두명의 비례대표(한명은 전여농의 후보였다)를 국회로 보냈다. 사실 이 시점에서 대통합 작업은 마침표를 찍었다. 더 이상 조직된 진보세력 중 매력적인 대상은 없다. 매몰차게 말하면, ‘가진 표도 없는데, 말은 많은 소수 운동권 세력’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왜 힘을 쏟겠는가?

현재 거론되는 그 통합이 오른쪽에 있는 정치세력과의 그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은 단순하게 해야 한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은 타 보수정당과의 차이점에 대해 둘 사이에 ‘장강’이 흐른다고 했다. 17대 총선 이후에 장강을 넘어온 '보트피플'이 발견됐다는 소문은 현재까지 없었다. 그럼, 민주노동당이 강을 건널 생각이 있는 것인가? ‘반 한미 FTA 세력’ ‘반 신자유주의 세력’이라는 명분으로 다시 세력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의미라면, ‘정당정치 강화’를 부르짖던 10년 세월이 너무 허망하다.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시민권을 얻은 이후 직간접적 영향으로 새로 조직된 조직은 없다. 비정규직, 납세자, 영세상공인, 복지수요자…, 불만과 부조리는 컸지만 세상을 바꿀 세력으로 묶이지는 못했다. 새로 세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통합을 주창하기 앞서 조직을 해야 할 일이다. 만약 오른쪽 사람들과의 손잡기를 주창하는 것이라면 어렵게 말하면 안 된다. 혹 제도정치 3년만에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한다. 과녁 없는 통합이 주창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결국 지난 정치활동의 평가로 귀결시켜야 문제의 본질을 볼수 있을 것 같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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