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이 개최되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24일에도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정부의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크게 반발했다.

집회 참가자들에 따르면, 한미FTA 반대 범국본은 4차 협상 이틀째에도 오전부터 제주 농협 하나로마트 사거리 농업대책위원회 결의대회와 한미FTA 저저 투쟁대회 등 반대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이들은 집회에서 “'한미FTA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농민의 삶을 파탄낼 망국적 협상”이라며 협상 자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충돌은 이들이 집회를 마치고 협상장 주변인 중문관광단지 입구로 행진을 하면서 빚어졌다. 오후 12시30분께 1천여명의 시위대가 중문관광단지 입구인 천제교 다리로 들어서려 하자 경찰이 다리를 막아서고 이를 저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위대는 경찰의 곤봉을 빼앗고, 경찰은 이에 맞서 물대포를 쏘는 등 양쪽간의 마찰이 격화되자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결국 시위대는 다리에서 200미터를 물러나 시위를 벌였지만, 이 과정에서 시위대 8명이 다치고 이 가운데 2명이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고 범국민운동본부가 밝혔다.

이에 범국본은 이날 오후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합법적인 집회신고마저 불허한 채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던 사람들에게 살인적 폭력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범국본은 “협상장 주변은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돼 있어 계엄령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과잉,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서귀포경찰서장은 자신 사퇴할 것”을 촉구했으며 아울러 폭력진압 중단하고 평화적인 시위를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집회 참석자들 또한 “평화의 섬 제주를 경찰이 폭력으로 물들였다”며 분노감을 표시했다.

이어 제주에 모인 시위대는 예정대로 오후 6시부터는 중문컨벤션센터 앞에서 ‘한미FTA 저지 촛불문화제를 진행했으며, 제주시청 앞 어울림 마당에서도 공공서비스 공동대책위원회가 ’한미FTA 저지를 기원하는 시민 문화제‘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전의경 81개 중대 9천명을 배치해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다.

한편 한미 양국 협상단은 이날에도 상품분과 협상을 속개하는 등 공산품과 농산물, 섬유 등 14개 분야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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